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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다간 재만 남겠다 / 성백군

 

 

불과 물이 싸운다

이편과 저편이 싸운다

 

냄비 바닥을 사이에 두고

화로 위에서 싸운다

편을 사이에 두고 이쪽과 저쪽이 싸운다

 

완급을 조정하며

적당히 화기를 뿜고 상생을 위해 싸우면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서로에게 맛있는

요리가 될 텐데

너무 급하게 숨돌릴 틈도 없이

죽기 살기로 볶아 대니

눈 깜작할 사이 국물이 넘치고 불이 꺼진다

 

저들이 좋아서

서로가 이기려고만 하는 일

물도 없어지고 불도 없어지고

싸우다 망한다고 해도 누가 위로 한마디 하겠나만

이러다간 승자도 없고 패자도 없고

나라에는 재만 남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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