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5.02 04:02

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몸

조회 수 12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몸/ 성백군

 

 

봄이 왔다고

나목에 싹이 돋고 

햇볕이 꽃봉오리에 모여들어

꽃을 피우겠다고 바글거린다

 

내게도 그런 일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거울에 비친 내 얼굴 모습은

주름투성이에 검버섯 몇 듬성듬성

봄이 와도 몸은 봄 같지가 않아

더욱 봄이 그립다

 

내 평생, 그동안

들이쉰 숨 다 내쉬지도 못 한 것 같은데

젊음은 사라지고 들어앉은 늙음,

인생 참 덧없다

미리 알았더라면 아니, 예전에 느꼈더라면

진지하게 시간을 보냈을까?

사람 사이에서 예의 바르고 자연 앞에 겸손했을까

어느새 건방지고, 교만하고, 잘났다고 하는 것들이

혈기 죽어 마른 풀같이 되었다

 

이러다가 나는 그냥 지워지고 마는 것 같아서

봄맞이 나갔다가

나비처럼 꽃 곁에서 흐느적거리다가

벌에게 쏘였다. 아프지만,

(벌침이 박혀 얼굴이 부풀었지만 벌은 곧 죽을 것이고

내 살은 그 죽음 위에 빨갛게 꽃으로 피어날 것이니)

이게 부활 아닌가?

 

봄이 왔다고

억지 쓰는 늙은 몸에도

봄은 봄이라서

벌침 맞은 자리가 따끔거릴 때마다 오히려

마음에는 봄꽃이 핀다

 

   808 - 04052017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36 길 떠나는 가을 / 성백군 하늘호수 2019.11.08 190
1835 길 위에서, 사색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6.13 336
1834 길 위의 샤워트리 낙화 하늘호수 2015.08.30 290
1833 길 잃은 새 강민경 2017.06.10 185
1832 길(道) 김용빈 2009.09.23 711
1831 길가 풀꽃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2.07 107
1830 길동무 성백군 2014.03.15 196
1829 길바닥에 고인 물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7.23 18
1828 김대중 선생님을 추모하며 황숙진 2009.08.18 943
1827 김명수 작품집 작품해설(200자 원고지 28매) 김우영 2011.02.10 784
1826 김선일, 그대는 죽지 않았다 -오정방 관리자 2004.07.24 410
1825 김신웅 시인의 시세계(문예운동) / 박영호 관리자 2004.07.24 861
1824 기타 김우영 김애경 부부작가 콘서트 김우영 2015.05.18 695
1823 김우영 작가 독서노트 김우영 2011.10.24 836
1822 김우영 작가 만나 사람들 출판회 성료l 김우영 2011.11.27 639
1821 김우영 작가가 만난 사람들 김우영 2011.11.15 792
1820 수필 김우영 작가의 (문화산책]물길 막는 낙엽은 되지 말아야 김우영 2014.11.09 601
1819 김우영 작가의 거대한 자유 물결 현장, 미국, 캐나다 여행기 김우영 2013.10.03 714
1818 김우영 작가의 명품시리즈 '언니의 명품' 김우영 2012.02.11 571
1817 김우영 작가의 산림교육원 연수기 김우영 2012.06.25 1220
Board Pagination Prev 1 ...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