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10.01 06:22

낙원은 배부르지 않다

조회 수 247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낙원은 배부르지 않다/강민경

 

 

한낮

길가 철조망 넘어 마당이 있는 집

병아리 대 여섯 거느린 어미 닭과

풍채 당당한 수탉의 여유

긴 목이 빠지도록 회를 치며 암 닭을 향해

여기가 낙원이라고 힘주어 외치는

곧은 목울대의 당당함에

집 안과 밖, 고요하던 풍경이 기지개를 켠다


내일이 오늘 같은

밤낮없이 닭장 안에 갇혀서

생을 식용에 저당 잡힌 닭

먹으면 먹을수록 허허하고  

살이 찌면 찔수록 죽을 날이 가까워지니

먹는 것이 다 저주다

 

부모 덕에 재벌이 된 아이들이

많다고 다 좋은 것은 아니다

공으로 생겼다고 제화나 권세를 함부로 사용하면

저 닭장 안의 닭처럼 곧 비만이 되어

갑질한다는 소리 자주 듣고 당뇨병에 걸리느니

 

풍족하다고 다

낙원은 아니다

그 풍족함이 당당해야 삶이 낙원이 된다

저 마당, 수탉 울음소리 참 맑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796 (단편) 나비가 되어 (5) 윤혜석 2013.06.23 242
795 H2O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1.24 242
794 세벳돈을 챙기며/강민경 강민경 2019.02.16 242
793 무사고 뉴스 성백군 2006.07.19 243
792 꽃피는 고목 강민경 2007.12.08 243
791 무심히 지나치면 그냥 오는 봄인데 강민경 2014.04.11 243
790 살아 있음에 강민경 2016.02.26 243
789 새 냉장고를 들이다가/강민경 강민경 2019.03.20 243
788 천고마비 1 유진왕 2021.08.01 243
787 뉴욕의 하늘에 / 임영준 뉴요커 2005.11.11 244
786 우리가 사는 여기 김사빈 2007.03.15 244
785 여든 여섯 해 이월란 2008.03.12 244
784 너무 예뻐 강민경 2017.10.14 244
783 이 아침에 김사빈 2006.07.15 245
782 낙원동에서 강민경 2014.02.23 245
781 집으로 가는 길 배미순 2007.04.20 246
780 울 안, 호박순이 성백군 2008.03.09 246
779 비빔밥 2 성백군 2015.02.25 246
778 고무풍선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4.22 246
777 위, 아래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8.15 246
Board Pagination Prev 1 ... 70 71 72 73 74 75 76 77 78 79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