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9 05:43

사인(死因)

조회 수 25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사인(死因) / 성백군

 

 

화창한 봄날

오리가족이 나들이를 나왔습니다

어미 오리가 병아리 넷을 데리고

도로를 건너갑니다

 

제가 무슨, 아무

배경도 없고 힘도 없는 날 짐승인 주제에

건널목도 신호등도 없는 4차선 도로를

보무도 당당하게 건너갑니다

 

재발하고 소리쳐 보지만

못 알아들었는지

듣고도 날지 못하는 새끼들 때문인지

어미는 달리는 차 바퀴 밑에서 말 한마디 없이

파닥거리며 생을 마감합니다

 

허겁지겁 가던 길 되돌아

인도로 나온 병아리들

오리걸음으로 돌아보며 힐끔거리며

눈도장을 찍습니다

저건 사람도 아니야!’

요즘 사람들은 로봇보다 못한

감정도 느낌도 없는 쇠붙이일 뿐이야.’

 

도로 위에

제 어미의 주검으로 사인(sign) 해 놓았습니다만

잠시 후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사인(死因)은 흔적도 없이 지워질 것이고

세상은 여전히 질주할 것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108 초여름 스케치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2.06.08 186
1107 미루나무 잎사귀가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0.23 186
1106 안부 김사빈 2011.12.31 185
1105 태아의 영혼 성백군 2014.02.22 185
1104 7월의 생각 강민경 2017.07.07 185
1103 개인적 고통의 예술적 승화 황숙진 2007.11.02 184
1102 초월심리학과 정신이상 박성춘 2008.02.11 184
1101 내가 세상의 문이다 강민경 2014.10.12 184
1100 가을비 성백군 2014.10.24 184
1099 두 마리 나비 강민경 2017.03.07 184
1098 길 떠나는 가을 / 성백군 하늘호수 2019.11.08 184
1097 시조 고운 꿈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30 184
1096 얹혀살기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8.17 184
1095 해 바람 연 박성춘 2008.01.02 183
1094 인생 성백군 2012.02.10 183
1093 내일은 꽃으로 피어난다 윤혜석 2013.06.30 183
1092 황홀한 춤 하늘호수 2016.02.29 183
1091 산동네 비둘기 떼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7.16 183
1090 쥐 잡아라 / 성백군 하늘호수 2017.07.27 183
1089 기회 작은나무 2019.06.22 183
Board Pagination Prev 1 ... 54 55 56 57 58 59 60 61 62 63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