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에 대하여 / 김영교


소금 때문에 

속살 싱싱한 배추밭은 기 죽어

한 참을 엎드려 침묵한다


머리 푼 빨간 매운 양념이 막무가네로 몸 섞을랴 치면 

그 때는 아우성이다

손끝이 가슴과 힘을 모아 달래고 어루만지는

절묘한 배합의 껴안음에 누글어지는 한 나절


숙성되어야 김치가문으로 신분상승 

그 날을 위해

참는다, 아침이슬 영롱함도 별밤도 기어이 잊는다

더디어 자신을 버린다 그 때 이웃과 손잡는 생

엎드린 사귐이 그제서야 맛대로에 진입한


연한 피부 밑에 뻣뻣한 진흙 고집 그대로 

털어내지 못한 저 들판 거친 바람이 아직 이 몸속에 

숨 죽지 않아 소금 따로 양념 따로 

맛 부재의 사람 김치, 나 


기성복 김치가 판을 치고

조미료가 입맛을 부추기는 세상 멀리

투명한 유리병에 엎드린 채로

그 계절이면 태고적 식탐과 뜨겁게 만나 

숨 죽어서까지 바치는 저 헌신을

먹어치우는 이 몰입의 염치

  

자신을 버릴 때 일어서는 맛 맛 맛

이천년 죽어서 사는 너

드디어

밥천국을 간다 



*이태영동창 댁 2017년 김치행사99F11F335A1BB73525F5C9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68 선배님~ 이정아 2004.04.10 69
1367 늘 감사합니다 강릉댁 2004.05.10 69
1366 안녕하세요 김묘자 2004.06.22 69
1365 Re..눈물쟁이는? 남정 2004.06.23 69
1364 불편한 중에도 오셔서 오연희 2004.12.01 69
» 시 창작 - 김치에 대하여 / 김영교 김영교 2017.11.27 69
1362 Re..정말 언제오시려나.. 연희 2003.10.23 70
1361 축복의 새해가 되소서 그레이스 2003.12.30 70
1360 멋진 사진들 홍승표 2004.03.21 70
1359 감사 나드리  2004.06.05 70
1358 없어진 글 {빙빙 어빙님(2)} 얼음고기 2004.06.22 70
1357 Re..권사님도요! 남정 2003.12.29 71
1356 Re..나사로 못으로 남정 2004.01.23 71
1355 힘! 힘! 힘을~~~ 우연 2004.04.11 71
1354 사랑의 스크린 문인귀 2004.05.19 71
1353 넷향기 연구원 이명숙님의 어머니 김영교 2019.05.30 71
1352 Happy New Year!!! 양영은 2003.12.31 72
1351 우째 이리되노!  나드리  2004.04.14 72
1350 스냅 2 file 하키 2004.11.20 72
1349 스냅 3 file 하키 2004.11.20 72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33
어제:
55
전체:
648,6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