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창작 - 김치에 대하여 / 김영교
2017.11.27 22:11
김치에 대하여 / 김영교
소금 때문에
속살 싱싱한 배추밭은 기 죽어
한 참을 엎드려 침묵한다
머리 푼 빨간 매운 양념이 막무가네로 몸 섞을랴 치면
그 때는 아우성이다
손끝이 가슴과 힘을 모아 달래고 어루만지는
절묘한 배합의 껴안음에 누글어지는 한 나절
숙성되어야 김치가문으로 신분상승
그 날을 위해
참는다, 아침이슬 영롱함도 별밤도 기어이 잊는다
더디어 자신을 버린다 그 때 이웃과 손잡는 생
엎드린 사귐이 그제서야 맛대로에 진입한다
연한 피부 밑에 뻣뻣한 진흙 고집 그대로
털어내지 못한 저 들판 거친 바람이 아직 이 몸속에
숨 죽지 않아 소금 따로 양념 따로
맛 부재의 사람 김치, 나
기성복 김치가 판을 치고
조미료가 입맛을 부추기는 세상 멀리
투명한 유리병에 엎드린 채로
그 계절이면 태고적 식탐과 뜨겁게 만나
숨 죽어서까지 바치는 저 헌신을
먹어치우는 이 몰입의 염치
자신을 버릴 때 일어서는 맛 맛 맛
이천년 죽어서 사는 너
드디어
밥천국을 간다
*이태영동창 댁 2017년 김치행사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8 | 감사 | 나드리 | 2004.06.05 | 70 |
47 | 없어진 글 {빙빙 어빙님(2)} | 얼음고기 | 2004.06.22 | 70 |
46 | 설잔치는 아니었는데.. | 문인귀 | 2004.01.29 | 69 |
45 | 선배님~ | 이정아 | 2004.04.10 | 69 |
44 | 늘 감사합니다 | 강릉댁 | 2004.05.10 | 69 |
43 | 안녕하세요 | 김묘자 | 2004.06.22 | 69 |
42 | Re..눈물쟁이는? | 남정 | 2004.06.23 | 69 |
41 | 불편한 중에도 오셔서 | 오연희 | 2004.12.01 | 69 |
» | 시 창작 - 김치에 대하여 / 김영교 | 김영교 | 2017.11.27 | 69 |
39 | 반가운 선생님 | 그레이스 | 2004.01.26 | 68 |
38 | 백일장 대회를 마치고 | 길버트 한 | 2004.05.16 | 68 |
37 | Re..워낙 평수는 없어도 | 남정 | 2004.05.22 | 68 |
36 | 그리운 남정선생님 | 두울 | 2004.06.07 | 68 |
35 | Re..고아편지는... | 소망 | 2004.06.28 | 68 |
34 | Re..학교후배 인생선배 | 남정 | 2003.09.11 | 67 |
33 | Re..정신이 퍼득 | 남정 | 2003.09.11 | 67 |
32 | Re..손바닥안에서 | 남정 | 2004.01.23 | 67 |
31 | 안착을 알리며 | 남정 | 2004.09.20 | 67 |
30 | 그리움... | 하키 | 2004.11.20 | 67 |
29 | 문학의 즐거움에 이달의 시인으로 | 문인귀 | 2003.08.19 | 6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