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도생 / 성백군
멀리서 볼 때는
숲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실버들 쭉쭉 늘어진 가지에
따닥따닥 붙은 잎들입니다
은 듯 보면 똑같은데
자세히 살펴보면 다 다릅니다
무딘 것 날카로운 것, 둥근 것 각진 것
바람이라도 불라치면
깔깔 껄껄, 팔랑팔랑 펄럭펄럭
그러나
한 몸에 붙은 것임을 아는지
싸우지 않습니다
함께 춤추며 화음을 맞춥니다
한 잎도 떨어지지 않습니다
보기에 좋습니다
생긴 대로 놓인 대로 욕심내지 않고 살면
내용도 좋아진다고
요즘, 전쟁과 기후변화로 몸살 앓은 인류를
나뭇잎들이 각자도생으로 교도합니다
1433 - 1011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