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초

2004.01.09 12:52

김영교 조회 수:499 추천:153

감을 숙성시켜 만든 맑은 체액
단맛보다 신맛의 옷을 입고
높은 약리효과l의 모자를 쓴
선비의 기품

말의 포장지에 싸인 송곳
찌르고 간 흔적
한지 봉지 마다 감초연고
높낮은 부엌선반의 감식초
와르르 쏟아져 나와
덧날까 망을 보는 달밤

깁게 패인 상처에
켜켜이 고인 미움의 고름
저 고운 달도 어쩌지 못하나
제 몸 녹힌 감초고약은
온 몸을 던져 빨아낸다

상채기 구멍마다 바람이 들락이고
쑤시는 번민에 뒤척이는 밤
이빨사이 작은 신음에도
달려오는 감초 목소리
이토록 느슨한 붕대로 안식을 감아주니
창틀에 앉은 고운 달도 말고
삶의 감나무에 한 알의 감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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