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쟁이와 숫자

2005.12.15 01:57

김영교 조회 수:423 추천:71

어느 날 종이 길바닥에 서있는 숫자들의 집합을 보았다 반듯하게 모자를 쓰고 질서를 감당하는 수련의 행렬 손을 깨끗이 닦은 세월이 눈을 반짝이며 구령을 기다리고 있다 시전(詩田)을 경작하느라 도시가 진땀을 흘리고 민첩한 손놀림과 신속한 두뇌 회전에 그 실존보다 더 작아진 숫자들 그만 엎드린다 그 날 약속 하나를 향해 마음이 운전대를 껴안고 앞서 달리는 질주, 그 힘 서쪽 하늘을 태우고 있다 앉았다 섰다 엎드렸다 일어서는 노을 그 보다 더 정확한 숫자들의 행군이 시어의 음률에 맞추어 글쟁이의 손 안을 빙빙 돌며 종이를 박차고 날아오른다 아싹거리는 맑음 하늘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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