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재앙

2011.01.06 07:18

한길수 조회 수:589 추천:67


하나같이 눈뜬 천의 얼굴들
스쳐 지나간 사람들 이름 걸듯  
모아놓은 디즈니사 캐릭터인형
천장에 매달려 냉동바람 불 때나
몇 바퀴 돌고 멈춘 시체놀이
매일 같은 음악 반복하는 라디오
인형 툭 치고 혼자 흥얼거린다  


골똘한 생각을 빠져나온 소리
빠르고 날카롭게 선하나 긋고  
수화기 들 때까지 스토커 한다
신상품 나왔다는 도매상 직원의
다녀가라는 지수 낮은 목소리가
알아듣지 못하고 흐르는 랩에 묻혀
전화 줄 빙글빙글 돌듯 말린다  


재앙이 일어나 손님이 들이닥쳐
매장 상품 휩쓸어 몽땅 가져가면
지지직거리던 놀란 FM 주파수
휘둥그레진 눈으로 돌아보는 매장  
줄 끊고 내려온 인형들 이유 없이
문 밖 거리로 나가 소리 지르며  
집으로 힘차게 뛰어갈지 모르지만
난 남아야 한다, 떠날 수 없다


손으로 부채질하며 한사람이 온다
이제부터 즐거운 재앙은 시작이다


             <빈터> 동인지 제 8집 '寓話, 혹은 羽化'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꿈꾸는 재앙 한길수 2011.01.06 589
109 상처에 대한 편견 한길수 2010.10.21 730
108 호우예비특보 한길수 2010.10.08 561
107 수상한 거래 내역 한길수 2010.08.30 582
106 달 속의 전설 한길수 2010.07.01 691
105 나를 울린 한 편의 시--- 정지용 - '향수(鄕愁)' 한길수 2010.05.18 852
104 경동맥 해면정맥동루 한길수 2010.05.17 899
103 긴 꼬리 철조망 한길수 2010.02.23 696
102 시치미 떼는 일 한길수 2010.01.07 767
101 민달팽이 무덤 한길수 2009.12.30 758
100 준 글룸(June Gloom)* 한길수 2009.12.30 846
99 옹이 한길수 2009.10.29 899
98 카지노 3 한길수 2009.09.12 843
97 구두 한 켤레 한길수 2009.07.06 921
96 카지노 2 한길수 2009.06.23 845
95 만장(輓章) 한길수 2009.05.29 847
94 카지노 1 한길수 2009.04.08 840
93 누군가 한길수 2009.01.27 821
92 고향 아저씨의 이민 한길수 2009.01.27 956
91 사라진 배는 어디서 잠들까 한길수 2008.12.10 950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3
전체:
93,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