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재앙
2011.01.06 07:18
하나같이 눈뜬 천의 얼굴들
스쳐 지나간 사람들 이름 걸듯
모아놓은 디즈니사 캐릭터인형
천장에 매달려 냉동바람 불 때나
몇 바퀴 돌고 멈춘 시체놀이
매일 같은 음악 반복하는 라디오
인형 툭 치고 혼자 흥얼거린다
골똘한 생각을 빠져나온 소리
빠르고 날카롭게 선하나 긋고
수화기 들 때까지 스토커 한다
신상품 나왔다는 도매상 직원의
다녀가라는 지수 낮은 목소리가
알아듣지 못하고 흐르는 랩에 묻혀
전화 줄 빙글빙글 돌듯 말린다
재앙이 일어나 손님이 들이닥쳐
매장 상품 휩쓸어 몽땅 가져가면
지지직거리던 놀란 FM 주파수
휘둥그레진 눈으로 돌아보는 매장
줄 끊고 내려온 인형들 이유 없이
문 밖 거리로 나가 소리 지르며
집으로 힘차게 뛰어갈지 모르지만
난 남아야 한다, 떠날 수 없다
손으로 부채질하며 한사람이 온다
이제부터 즐거운 재앙은 시작이다
<빈터> 동인지 제 8집 '寓話, 혹은 羽化'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30 | 불러본다 | 한길수 | 2014.05.20 | 268 |
129 | 억새풀 | 한길수 | 2014.05.20 | 450 |
128 | 퍼블비치에서 | 한길수 | 2014.05.20 | 475 |
127 | 빈집 | 한길수 | 2014.05.20 | 217 |
126 | 500자 시론 - 내 시를 말한다’ | 한길수 | 2014.05.20 | 251 |
125 | 오래된 집 | 한길수 | 2014.05.20 | 531 |
124 | 잃어버린 시간 | 한길수 | 2014.05.20 | 440 |
123 | 물밥 | 한길수 | 2012.10.20 | 539 |
122 | 경적의 얼굴 | 한길수 | 2012.10.20 | 438 |
121 | 알로에베라 | 한길수 | 2012.10.20 | 605 |
120 | 동궐도(東闕圖)* | 한길수 | 2012.05.05 | 580 |
119 | 실바람의 거처 | 한길수 | 2012.01.18 | 703 |
118 | 각시투구무늬 | 한길수 | 2011.12.21 | 542 |
117 | 폐차장 | 한길수 | 2011.08.15 | 546 |
116 | 새들의 신혼(新婚) | 한길수 | 2011.06.03 | 536 |
115 | 봄꽃 | 한길수 | 2011.05.09 | 563 |
114 | 눈물 마르질 않는 것은 | 한길수 | 2011.03.07 | 553 |
113 | 하산(下山) | 한길수 | 2011.02.10 | 644 |
112 | 아내의 집 | 한길수 | 2011.01.06 | 664 |
» | 꿈꾸는 재앙 | 한길수 | 2011.01.06 | 60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