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재앙

2011.01.06 07:18

한길수 조회 수:600 추천:67


하나같이 눈뜬 천의 얼굴들
스쳐 지나간 사람들 이름 걸듯  
모아놓은 디즈니사 캐릭터인형
천장에 매달려 냉동바람 불 때나
몇 바퀴 돌고 멈춘 시체놀이
매일 같은 음악 반복하는 라디오
인형 툭 치고 혼자 흥얼거린다  


골똘한 생각을 빠져나온 소리
빠르고 날카롭게 선하나 긋고  
수화기 들 때까지 스토커 한다
신상품 나왔다는 도매상 직원의
다녀가라는 지수 낮은 목소리가
알아듣지 못하고 흐르는 랩에 묻혀
전화 줄 빙글빙글 돌듯 말린다  


재앙이 일어나 손님이 들이닥쳐
매장 상품 휩쓸어 몽땅 가져가면
지지직거리던 놀란 FM 주파수
휘둥그레진 눈으로 돌아보는 매장  
줄 끊고 내려온 인형들 이유 없이
문 밖 거리로 나가 소리 지르며  
집으로 힘차게 뛰어갈지 모르지만
난 남아야 한다, 떠날 수 없다


손으로 부채질하며 한사람이 온다
이제부터 즐거운 재앙은 시작이다


             <빈터> 동인지 제 8집 '寓話, 혹은 羽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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