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에베라

2012.10.20 11:14

한길수 조회 수:605 추천:67

알로에베라 알로에베라 몇 번 되뇌면 편안해지네 허브 꽃향기 그윽한 초록 봄날이 지나가는데 듬성듬성 어머니 목덜미에 쥐젖이 앞 다퉈 피어 홑씨 뿌리내리듯 자라나네 일요일마다 어머니 찾아 성당에 미사보고 오는 길 알로에베라 몇 잎 따다 드러누워 목덜미에 바르고 잎 맺힌 응어리진 지난날들 한숨과 혀를 차면서 저물도록 풀어내 들려주시네 고국에서 보낸 팔순잔치 호사보다 바르게 간수한 자식 일구어낸 보람이셨을 텐데 일손 놓고 찾아뵙지 못한 애끓었던 송구한 마음 화분에 물주며 먼저 목에 난 쥐젖들이 궁금하네 서툰 영어 발음으로 무작정 자식 위해 태평양 건너온 이민 거친 손마디로 궂은일 삼십년 이만하면 되었다고 다리 뻗어 편안함 밀어두고 훌쩍 고국에 가시더니 아예 주저앉아 오실 줄 모르시네 아파트 베란다에 키웠다가 주고가신 화분 하나 뿌리 내리고 번성하여 옮겨 심은 일곱 화분 바쁘다고 눈길 안줘도 쥐젖 퍼지듯 씩씩하게 웃음 담아 오시는 바람 같네 2012년 <미주문학>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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