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에베라

2012.10.20 11:14

한길수 조회 수:594 추천:67

알로에베라 알로에베라 몇 번 되뇌면 편안해지네 허브 꽃향기 그윽한 초록 봄날이 지나가는데 듬성듬성 어머니 목덜미에 쥐젖이 앞 다퉈 피어 홑씨 뿌리내리듯 자라나네 일요일마다 어머니 찾아 성당에 미사보고 오는 길 알로에베라 몇 잎 따다 드러누워 목덜미에 바르고 잎 맺힌 응어리진 지난날들 한숨과 혀를 차면서 저물도록 풀어내 들려주시네 고국에서 보낸 팔순잔치 호사보다 바르게 간수한 자식 일구어낸 보람이셨을 텐데 일손 놓고 찾아뵙지 못한 애끓었던 송구한 마음 화분에 물주며 먼저 목에 난 쥐젖들이 궁금하네 서툰 영어 발음으로 무작정 자식 위해 태평양 건너온 이민 거친 손마디로 궂은일 삼십년 이만하면 되었다고 다리 뻗어 편안함 밀어두고 훌쩍 고국에 가시더니 아예 주저앉아 오실 줄 모르시네 아파트 베란다에 키웠다가 주고가신 화분 하나 뿌리 내리고 번성하여 옮겨 심은 일곱 화분 바쁘다고 눈길 안줘도 쥐젖 퍼지듯 씩씩하게 웃음 담아 오시는 바람 같네 2012년 <미주문학> 여름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0 불러본다 한길수 2014.05.20 241
129 억새풀 한길수 2014.05.20 437
128 퍼블비치에서 한길수 2014.05.20 462
127 빈집 한길수 2014.05.20 202
126 500자 시론 - 내 시를 말한다’ 한길수 2014.05.20 236
125 오래된 집 한길수 2014.05.20 512
124 잃어버린 시간 한길수 2014.05.20 425
123 물밥 한길수 2012.10.20 526
122 경적의 얼굴 한길수 2012.10.20 430
» 알로에베라 한길수 2012.10.20 594
120 동궐도(東闕圖)* 한길수 2012.05.05 566
119 실바람의 거처 한길수 2012.01.18 690
118 각시투구무늬 한길수 2011.12.21 527
117 폐차장 한길수 2011.08.15 537
116 새들의 신혼(新婚) 한길수 2011.06.03 526
115 봄꽃 한길수 2011.05.09 550
114 눈물 마르질 않는 것은 한길수 2011.03.07 544
113 하산(下山) 한길수 2011.02.10 637
112 아내의 집 한길수 2011.01.06 656
111 꿈꾸는 재앙 한길수 2011.01.06 589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93,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