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2014.05.20 07:27
빈집
잿빛 정적이 내려앉은
이른 아침 동네를 돌다 문득
지나간 봄날을 잊어버린
정적보다 더한 음산한
빈집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손길 닿는 곳마다 향기로
소박한 식탁에 가족들로
북적대며 화기애애했을 자리
말 못할 사연 남기고 떠난
그들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외로워 지친 빈집 지나며
등골 휜 노모의 자식 사랑과
소원해진 형의 굳은 표정
실직한 동생의 처진 뒷모습
보듬으며 살았으면 좋겠다
할 일 못하고도 괜찮다던
창문에 걸려있는 핑계와
문틈 삐거덕 거리는 게으름도
분주한 손길로 외롭지 않는
건강한 삶으로 채우고 싶다
-2014년 <시와 시학> 여름호 육필시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130 | 불러본다 | 한길수 | 2014.05.20 | 288 |
| 129 | 억새풀 | 한길수 | 2014.05.20 | 473 |
| 128 | 퍼블비치에서 | 한길수 | 2014.05.20 | 491 |
| » | 빈집 | 한길수 | 2014.05.20 | 235 |
| 126 | 500자 시론 - 내 시를 말한다’ | 한길수 | 2014.05.20 | 269 |
| 125 | 오래된 집 | 한길수 | 2014.05.20 | 549 |
| 124 | 잃어버린 시간 | 한길수 | 2014.05.20 | 462 |
| 123 | 물밥 | 한길수 | 2012.10.20 | 561 |
| 122 | 경적의 얼굴 | 한길수 | 2012.10.20 | 463 |
| 121 | 알로에베라 | 한길수 | 2012.10.20 | 620 |
| 120 | 동궐도(東闕圖)* | 한길수 | 2012.05.05 | 598 |
| 119 | 실바람의 거처 | 한길수 | 2012.01.18 | 730 |
| 118 | 각시투구무늬 | 한길수 | 2011.12.21 | 567 |
| 117 | 폐차장 | 한길수 | 2011.08.15 | 563 |
| 116 | 새들의 신혼(新婚) | 한길수 | 2011.06.03 | 555 |
| 115 | 봄꽃 | 한길수 | 2011.05.09 | 580 |
| 114 | 눈물 마르질 않는 것은 | 한길수 | 2011.03.07 | 571 |
| 113 | 하산(下山) | 한길수 | 2011.02.10 | 665 |
| 112 | 아내의 집 | 한길수 | 2011.01.06 | 686 |
| 111 | 꿈꾸는 재앙 | 한길수 | 2011.01.06 | 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