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2014.05.20 07:27

한길수 조회 수:207 추천:26

빈집 잿빛 정적이 내려앉은 이른 아침 동네를 돌다 문득 지나간 봄날을 잊어버린 정적보다 더한 음산한 빈집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손길 닿는 곳마다 향기로 소박한 식탁에 가족들로 북적대며 화기애애했을 자리 말 못할 사연 남기고 떠난 그들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외로워 지친 빈집 지나며 등골 휜 노모의 자식 사랑과 소원해진 형의 굳은 표정 실직한 동생의 처진 뒷모습 보듬으며 살았으면 좋겠다 할 일 못하고도 괜찮다던 창문에 걸려있는 핑계와 문틈 삐거덕 거리는 게으름도 분주한 손길로 외롭지 않는 건강한 삶으로 채우고 싶다 -2014년 <시와 시학> 여름호 육필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0 불러본다 한길수 2014.05.20 257
129 억새풀 한길수 2014.05.20 442
128 퍼블비치에서 한길수 2014.05.20 465
» 빈집 한길수 2014.05.20 207
126 500자 시론 - 내 시를 말한다’ 한길수 2014.05.20 241
125 오래된 집 한길수 2014.05.20 522
124 잃어버린 시간 한길수 2014.05.20 429
123 물밥 한길수 2012.10.20 531
122 경적의 얼굴 한길수 2012.10.20 434
121 알로에베라 한길수 2012.10.20 599
120 동궐도(東闕圖)* 한길수 2012.05.05 573
119 실바람의 거처 한길수 2012.01.18 697
118 각시투구무늬 한길수 2011.12.21 536
117 폐차장 한길수 2011.08.15 540
116 새들의 신혼(新婚) 한길수 2011.06.03 533
115 봄꽃 한길수 2011.05.09 557
114 눈물 마르질 않는 것은 한길수 2011.03.07 546
113 하산(下山) 한길수 2011.02.10 640
112 아내의 집 한길수 2011.01.06 660
111 꿈꾸는 재앙 한길수 2011.01.06 592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36
어제:
64
전체:
97,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