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집

2014.05.20 07:27

한길수 조회 수:235 추천:26

빈집 잿빛 정적이 내려앉은 이른 아침 동네를 돌다 문득 지나간 봄날을 잊어버린 정적보다 더한 음산한 빈집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손길 닿는 곳마다 향기로 소박한 식탁에 가족들로 북적대며 화기애애했을 자리 말 못할 사연 남기고 떠난 그들의 얼굴을 떠올려본다 외로워 지친 빈집 지나며 등골 휜 노모의 자식 사랑과 소원해진 형의 굳은 표정 실직한 동생의 처진 뒷모습 보듬으며 살았으면 좋겠다 할 일 못하고도 괜찮다던 창문에 걸려있는 핑계와 문틈 삐거덕 거리는 게으름도 분주한 손길로 외롭지 않는 건강한 삶으로 채우고 싶다 -2014년 <시와 시학> 여름호 육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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