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들의 신혼(新婚)

2011.06.03 04:50

한길수 조회 수:536 추천:88

차고 위 통나무 기둥 틈새에 바람 막으로 부지런히 잡풀 나르던 사전에서 찾은 새롭다는 뜻도 새들이 세 들어 사는지도 몰랐다 아늑할 것 같은 둥근 새집에는 틀림없이 신혼으로 깨가 쏟아지겠지 식탁에 앉아 클래식과 팝송을 바꿔가며 향기 그윽한 커피 마시며 소곤거리고 냉장고와 세탁기도 들여놓고 32인치 새 티브이로 부부싸움하고 42인치로 바꿔다 놓았는지도 모르는 일 살림 늘어 갈수록 집도 낡아가겠지만 하루 종일 포도밭 고랑 헤매다 해질녘이면 찬거리 물고 돌아오는 밤바람 막아주는 따뜻한 집에서 새알 같이 추워진 계절 품다보면 불현듯 봄은 알에서 잠깨어 나오고 그 때쯤이면 햇살도 넉넉하게 따뜻하리라 새끼에게 밥풀 물어주는 사랑도 알고 학교 종소리 들으며 우는 법도 배우겠지 날이 갈수록 집주인 눈치도 보겠지만 성 바꾸고 한 가족 되어 사는 일이 신혼이라고 말하듯 몸치며 나르는 새들 세상도 살만한 곳 있다고 흐뭇하리라 웃으며 내려앉는 하늘 바라보며 오래도록 신혼 생각하며 살면 좋겠다 *2011년 <미주문학>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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