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
2014.05.20 07:17
오래된 집
바람 막아 주던 집에
머물던 새가 떠났다
빈집은 왠지 더 썰렁해서
집도 사람처럼 늙어 가는지
켜켜이 고요함이 쌓여간다
바람에 헐거워진 집
집안 속내가 드러나듯
깃털 빠지도록 비벼대던
정들어 살았던 곳인데도
떠나는 걸 막지 못했다
푸른 꿈 진열하듯
뛰어놀며 커가는 아이들과
뒤뜰에서 만들던 추억도
경기 한파로 차갑게 식어져
무너진 저 잿빛 하늘
정신없이 살아온 날들
오래된 집처럼 뒤돌아보니
여기저기 숭숭 구멍 나고
빈자리 바라보는 나는
얼마쯤 더 늙어 가도
삶의 향기를 기억하고 싶다
밤바람 차갑게 와 닿는
떠난 후의 빈자리에
새들이 다시 돌아올 때
집안에 환한 달빛 들어
웃음 가득했으면 좋겠다
-2013년 <빈터> 겨울호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30 | 불러본다 | 한길수 | 2014.05.20 | 259 |
129 | 억새풀 | 한길수 | 2014.05.20 | 443 |
128 | 퍼블비치에서 | 한길수 | 2014.05.20 | 467 |
127 | 빈집 | 한길수 | 2014.05.20 | 208 |
126 | 500자 시론 - 내 시를 말한다’ | 한길수 | 2014.05.20 | 242 |
» | 오래된 집 | 한길수 | 2014.05.20 | 522 |
124 | 잃어버린 시간 | 한길수 | 2014.05.20 | 430 |
123 | 물밥 | 한길수 | 2012.10.20 | 531 |
122 | 경적의 얼굴 | 한길수 | 2012.10.20 | 434 |
121 | 알로에베라 | 한길수 | 2012.10.20 | 600 |
120 | 동궐도(東闕圖)* | 한길수 | 2012.05.05 | 575 |
119 | 실바람의 거처 | 한길수 | 2012.01.18 | 699 |
118 | 각시투구무늬 | 한길수 | 2011.12.21 | 536 |
117 | 폐차장 | 한길수 | 2011.08.15 | 541 |
116 | 새들의 신혼(新婚) | 한길수 | 2011.06.03 | 533 |
115 | 봄꽃 | 한길수 | 2011.05.09 | 557 |
114 | 눈물 마르질 않는 것은 | 한길수 | 2011.03.07 | 548 |
113 | 하산(下山) | 한길수 | 2011.02.10 | 640 |
112 | 아내의 집 | 한길수 | 2011.01.06 | 660 |
111 | 꿈꾸는 재앙 | 한길수 | 2011.01.06 | 5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