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
2014.05.20 07:17
오래된 집
바람 막아 주던 집에
머물던 새가 떠났다
빈집은 왠지 더 썰렁해서
집도 사람처럼 늙어 가는지
켜켜이 고요함이 쌓여간다
바람에 헐거워진 집
집안 속내가 드러나듯
깃털 빠지도록 비벼대던
정들어 살았던 곳인데도
떠나는 걸 막지 못했다
푸른 꿈 진열하듯
뛰어놀며 커가는 아이들과
뒤뜰에서 만들던 추억도
경기 한파로 차갑게 식어져
무너진 저 잿빛 하늘
정신없이 살아온 날들
오래된 집처럼 뒤돌아보니
여기저기 숭숭 구멍 나고
빈자리 바라보는 나는
얼마쯤 더 늙어 가도
삶의 향기를 기억하고 싶다
밤바람 차갑게 와 닿는
떠난 후의 빈자리에
새들이 다시 돌아올 때
집안에 환한 달빛 들어
웃음 가득했으면 좋겠다
-2013년 <빈터>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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