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집

2014.05.20 07:17

한길수 조회 수:522 추천:25

오래된 집 바람 막아 주던 집에 머물던 새가 떠났다 빈집은 왠지 더 썰렁해서 집도 사람처럼 늙어 가는지 켜켜이 고요함이 쌓여간다 바람에 헐거워진 집 집안 속내가 드러나듯 깃털 빠지도록 비벼대던 정들어 살았던 곳인데도 떠나는 걸 막지 못했다 푸른 꿈 진열하듯 뛰어놀며 커가는 아이들과 뒤뜰에서 만들던 추억도 경기 한파로 차갑게 식어져 무너진 저 잿빛 하늘 정신없이 살아온 날들 오래된 집처럼 뒤돌아보니 여기저기 숭숭 구멍 나고 빈자리 바라보는 나는 얼마쯤 더 늙어 가도 삶의 향기를 기억하고 싶다 밤바람 차갑게 와 닿는 떠난 후의 빈자리에 새들이 다시 돌아올 때 집안에 환한 달빛 들어 웃음 가득했으면 좋겠다 -2013년 <빈터> 겨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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