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궐도(東闕圖)*

2012.05.05 02:07

한길수 조회 수:580 추천:76

여봐라, 누구 없느냐 어린 순조 왕이 소리 지른다 오가작통법(五家作統法) 죄인 만들어 경을 치고 만조백관 고개 숙이는 건 세도정치뿐이라네 신유박해 당하고 참수된 신하의 핏물로 동궐도 정원에는 비단 꽃 붉게 수놓고 망나니 칼춤 휘듯 버드나무 노랗게 물들였다네 여봐라, 누구 없느냐 정순왕후대비가 소리 지른다 대비나라 위해 옥새 들고 오라버니를 불러라 사도세자 죽고 호가 호식하는 벽파 나라라네 얼룩무늬 범부채, 패랭이꽃 핀 길 따라 도화서 화원들 동궐도 담장타고 빠져나가고 궁궐 나인들도 보이지 않는 텅 빈 그림이라네 여봐라, 누구 없느냐 평민 홍경래도 소리 지른다 굶주리고 헐벗은 민중들은 깨어나 봉기하라 위정자의 세도정치 바꾸려 굿판이 벌어졌다네 동궐도에는 왕족과 신하들도 벌벌 떨면서 손사래 치듯 관직 버리고 숨어버리니 망한 조선에는 이백 년 된 동궐도만 남았다네 순조시대 궁궐을 재단장하려고 인부를 부른다 대사관 담장 줄 서듯 인파로 장사진 펼치고 행색은 얼추 비스름한 막가파 신세대라네 지도에는 미니스커트 레온과 외제차가 넘쳐나 신한국은 버들가지 흔들흔들 막춤추고 사대문 밖 삽질로 흙탕물만 강 따라 흐른다네 *동궐도(東闕圖); 창덕궁을 조감도 형식으로 그린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궁궐도. -<미주문학> 2012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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