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블비치에서
2014.05.20 07:31
퍼블비치에서
십여 년 전 일상을 떠나
지인과 함께 떠난 여행길
17마일스 드라이브에 왔었다
바다는 바다로 있지 않고
가슴 쌓인 응어리를 철썩
철썩 쉬지 않고 토하고 있었다
스페니쉬 베이 힐 골프장 보며
어떤 팔자 좋은 사람들이
골프 라운딩을 즐기는 걸까
생계를 걱정하는 이민생활
힘들고 괴로운 상념 담아
날갯짓하는 새들과 바다 보며
멀리 바다 건너 고국이 그립다
봄바람 살랑대는 지금 이곳에
탁 트인 바다와 그린 보며
드라이버 스윙을 하고 있다
열심히 사는 이들도 때로는
필드 나와 휴식 취한다는 걸
퍼블비치에 와서야 깨달았다
존 스타인벡 생가가 지척인
축복받은 에덴의 서쪽 퍼블비치
카인의 후예는 화해의 땅을 찾아
들판에 사슴과 새로 환생 했을지
파도가 오가며 속삭이는 동안
평화로운 오후를 보내고 있다
석양으로 물들인 하늘 아래
18홀 그린 보이는 옆에서
스코틀랜드 의상을 입고
백파이프 불고 있는 악사는
잊지 못할 순간들로 남았지만
250년 론 사이프러스 나무의
고사를 애도하듯 구슬프다
-2014년 <문학마당> 여름호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30 | 불러본다 | 한길수 | 2014.05.20 | 259 |
129 | 억새풀 | 한길수 | 2014.05.20 | 443 |
» | 퍼블비치에서 | 한길수 | 2014.05.20 | 467 |
127 | 빈집 | 한길수 | 2014.05.20 | 208 |
126 | 500자 시론 - 내 시를 말한다’ | 한길수 | 2014.05.20 | 242 |
125 | 오래된 집 | 한길수 | 2014.05.20 | 522 |
124 | 잃어버린 시간 | 한길수 | 2014.05.20 | 430 |
123 | 물밥 | 한길수 | 2012.10.20 | 531 |
122 | 경적의 얼굴 | 한길수 | 2012.10.20 | 434 |
121 | 알로에베라 | 한길수 | 2012.10.20 | 600 |
120 | 동궐도(東闕圖)* | 한길수 | 2012.05.05 | 575 |
119 | 실바람의 거처 | 한길수 | 2012.01.18 | 699 |
118 | 각시투구무늬 | 한길수 | 2011.12.21 | 536 |
117 | 폐차장 | 한길수 | 2011.08.15 | 541 |
116 | 새들의 신혼(新婚) | 한길수 | 2011.06.03 | 533 |
115 | 봄꽃 | 한길수 | 2011.05.09 | 557 |
114 | 눈물 마르질 않는 것은 | 한길수 | 2011.03.07 | 548 |
113 | 하산(下山) | 한길수 | 2011.02.10 | 640 |
112 | 아내의 집 | 한길수 | 2011.01.06 | 660 |
111 | 꿈꾸는 재앙 | 한길수 | 2011.01.06 | 5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