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집
2011.01.06 07:33
혼자 웅얼거리는 아내가 뭘
말하는지 처음엔 알아듣지 못했다
바다 보이는 집에 살고 싶다
한눈에 들어와 바람이 넘치는
산호초 맨살까지 맑게 보여주며
비릿한 흰 물살 파도가 이는 곳
두 시간 넘게 달려가지 않고는
닿지 않는 썰물 바다는 아내의
한숨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물 빠진 새벽 갯벌을 함께 걸으며
바다에 갔었던 오래전 기억을
두 번이나 세 번쯤 더 들춰내는 일
아내의 고향도 바다가 지척인데
땀 베여 갔다 오는 열길 꿈 속 바다
멀리 있어 언제 가까워질지도 모를
좀처럼 줄지 않는 융자금 안고
올해 가기 전에 가보자고 하고선
두 장 남은 뻣뻣해진 달력
어두워진 달력 덮고 침대에 누워
빈말로 친정에 함 다녀오라니까
대답대신 어깨만 들썩이는 등 뒤로
나도 아내처럼 점점 웅얼거리고 있다
<빈터> 동인지 제 8집 '寓話, 혹은 羽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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