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산(下山)
2011.02.10 03:52
깃털 꽂고 춤추는 인디언 섬머로
들깨가 불판에 더위 볶는 동안
하루의 반을 집어삼킨 흑염소는
빅 베어 산등성이 배회하던
그리움을 연신 되새김질 하고 있다
우거진 나무 숲 거닐고 싶던 꿈은
봉투에 담겨 운구차로 배달되고
비키니만 걸친 살굿빛 알몸에
칼질 웃음이 뼈 사이사이 닿는
분주한 손길로 살점들이 하산한다
할머니 길 나선 걸음도 외롭더니
깜박이는 신호등 손사래에도
등 굽어져 주춤거리는 흑염소 걸음
자동차에 치여 신문 부고로 만나고
빼곡한 유족에 가슴만 퍽퍽해진다
흑염소 집 벽에 박제된 눈으로
문턱 밟으며 연 월급 명세서
껍질 벗기듯 지폐 몇 장 따로 세어
개 꼬리 흔들며 일상 밖에 앉아
소주 들이키는 사내들의 저녁이다
아이들 걷어 찬 풀 먹인 햇살은
웅성거리는 저녁 바람 속에서
철장 맞고 튕겨져 길 구르는데
서쪽 하늘 붉게 멍든 나뭇잎 끝으로
흑염소 울음이 검게 내려앉고 있다
-2010년 미주문학 겨울호
들깨가 불판에 더위 볶는 동안
하루의 반을 집어삼킨 흑염소는
빅 베어 산등성이 배회하던
그리움을 연신 되새김질 하고 있다
우거진 나무 숲 거닐고 싶던 꿈은
봉투에 담겨 운구차로 배달되고
비키니만 걸친 살굿빛 알몸에
칼질 웃음이 뼈 사이사이 닿는
분주한 손길로 살점들이 하산한다
할머니 길 나선 걸음도 외롭더니
깜박이는 신호등 손사래에도
등 굽어져 주춤거리는 흑염소 걸음
자동차에 치여 신문 부고로 만나고
빼곡한 유족에 가슴만 퍽퍽해진다
흑염소 집 벽에 박제된 눈으로
문턱 밟으며 연 월급 명세서
껍질 벗기듯 지폐 몇 장 따로 세어
개 꼬리 흔들며 일상 밖에 앉아
소주 들이키는 사내들의 저녁이다
아이들 걷어 찬 풀 먹인 햇살은
웅성거리는 저녁 바람 속에서
철장 맞고 튕겨져 길 구르는데
서쪽 하늘 붉게 멍든 나뭇잎 끝으로
흑염소 울음이 검게 내려앉고 있다
-2010년 미주문학 겨울호
댓글 0
|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 130 | 불러본다 | 한길수 | 2014.05.20 | 288 |
| 129 | 억새풀 | 한길수 | 2014.05.20 | 473 |
| 128 | 퍼블비치에서 | 한길수 | 2014.05.20 | 491 |
| 127 | 빈집 | 한길수 | 2014.05.20 | 235 |
| 126 | 500자 시론 - 내 시를 말한다’ | 한길수 | 2014.05.20 | 269 |
| 125 | 오래된 집 | 한길수 | 2014.05.20 | 549 |
| 124 | 잃어버린 시간 | 한길수 | 2014.05.20 | 462 |
| 123 | 물밥 | 한길수 | 2012.10.20 | 561 |
| 122 | 경적의 얼굴 | 한길수 | 2012.10.20 | 463 |
| 121 | 알로에베라 | 한길수 | 2012.10.20 | 620 |
| 120 | 동궐도(東闕圖)* | 한길수 | 2012.05.05 | 598 |
| 119 | 실바람의 거처 | 한길수 | 2012.01.18 | 730 |
| 118 | 각시투구무늬 | 한길수 | 2011.12.21 | 567 |
| 117 | 폐차장 | 한길수 | 2011.08.15 | 563 |
| 116 | 새들의 신혼(新婚) | 한길수 | 2011.06.03 | 555 |
| 115 | 봄꽃 | 한길수 | 2011.05.09 | 580 |
| 114 | 눈물 마르질 않는 것은 | 한길수 | 2011.03.07 | 571 |
| » | 하산(下山) | 한길수 | 2011.02.10 | 665 |
| 112 | 아내의 집 | 한길수 | 2011.01.06 | 686 |
| 111 | 꿈꾸는 재앙 | 한길수 | 2011.01.06 | 6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