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집

2011.01.06 07:33

한길수 조회 수:656 추천:78



혼자 웅얼거리는 아내가 뭘  
말하는지 처음엔 알아듣지 못했다
바다 보이는 집에 살고 싶다
한눈에 들어와 바람이 넘치는
산호초 맨살까지 맑게 보여주며
비릿한 흰 물살 파도가 이는 곳  
두 시간 넘게 달려가지 않고는
닿지 않는 썰물 바다는 아내의    
한숨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물 빠진 새벽 갯벌을 함께 걸으며  
바다에 갔었던 오래전 기억을
두 번이나 세 번쯤 더 들춰내는 일
아내의 고향도 바다가 지척인데
땀 베여 갔다 오는 열길 꿈 속 바다
멀리 있어 언제 가까워질지도 모를
좀처럼 줄지 않는 융자금 안고
올해 가기 전에 가보자고 하고선
두 장 남은 뻣뻣해진 달력  
어두워진 달력 덮고 침대에 누워
빈말로 친정에 함 다녀오라니까
대답대신 어깨만 들썩이는 등 뒤로
나도 아내처럼 점점 웅얼거리고 있다



           <빈터> 동인지 제 8집 '寓話, 혹은 羽化'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 풍암 저수지 한길수 2006.07.20 668
29 갈매기 우는 이유 한길수 2006.03.31 664
28 서울풍경 2007 한길수 2007.06.30 657
» 아내의 집 한길수 2011.01.06 656
26 낙타와 상인 4 한길수 2006.07.26 649
25 새끼줄을 기억하며 3 한길수 2007.10.31 646
24 홍어 한길수 2006.03.29 644
23 하산(下山) 한길수 2011.02.10 637
22 낙타와 상인 6 한길수 2006.10.27 627
21 오래된 편지 한길수 2007.08.28 621
20 알로에베라 한길수 2012.10.20 594
19 꿈꾸는 재앙 한길수 2011.01.06 589
18 수상한 거래 내역 한길수 2010.08.30 582
17 바람이 남기고 떠나는 것 한길수 2007.08.28 582
16 동궐도(東闕圖)* 한길수 2012.05.05 566
15 호우예비특보 한길수 2010.10.08 561
14 봄꽃 한길수 2011.05.09 550
13 눈물 마르질 않는 것은 한길수 2011.03.07 544
12 폐차장 한길수 2011.08.15 537
11 각시투구무늬 한길수 2011.12.21 527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0
전체:
93,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