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

2011.05.09 06:50

한길수 조회 수:550 추천:90

가로등 누렇게 바랜 유리 안에 해 저문 저녁 끈을 잡고 길 눈 어두운 벌레처럼 더듬거리며 줄 선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 야채샐러드 안에 검은 살점들 둥근 올리브에 비친 우주 보며 따뜻했던 올리브 나무숲을 기억했다 그칠 줄 모르고 겨울비 내리던 날 한발자국 떼지 못하고 서서 퉁퉁 불어난 나이테 몸에 두르고 늑골에서 빠져나온 사리 열매들 다 떨고 속없이 묵언 수행하는 하늘 이고 있는 올리브 가지들 오늘 저녁도 네 곁을 스쳐간다 나무숲이 점점 다가오자 눈꽃은 눈꽃이 아니라 봄꽃, 봄꽃이었다 봄꽃은 밤새 누구의 입김으로 가지마다 꽃들을 저리 걸어두었을까 가지에 엮어놓은 바람의 그네 타고 올리브 가지 사이 휘돌아 온 새벽 삼월의 흰 꽃 갈아입고 기지개 켜는 눅눅해진 어깨 내려놓고 더러는 풀 위에 펼쳐놓은 안식의 상이라니 나무숲 끝닿고 떨어지는 울림 트랙터 지나간 바퀴 자국 따라 내려앉은 어린 속살 꽃잎들이 아직 녹지 않은 먼 뒷산 눈꽃 손 내밀어 물들이는 흰 꽃잎 풀어놓고 한 계절 옮겨가는 흔적마다 새순처럼 올리브 향이 내 몸 안에 봄꽃으로 피어난다 2011년 <시와 경계> 봄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30 풍암 저수지 한길수 2006.07.20 668
29 갈매기 우는 이유 한길수 2006.03.31 664
28 서울풍경 2007 한길수 2007.06.30 657
27 아내의 집 한길수 2011.01.06 656
26 낙타와 상인 4 한길수 2006.07.26 649
25 새끼줄을 기억하며 3 한길수 2007.10.31 646
24 홍어 한길수 2006.03.29 644
23 하산(下山) 한길수 2011.02.10 637
22 낙타와 상인 6 한길수 2006.10.27 627
21 오래된 편지 한길수 2007.08.28 621
20 알로에베라 한길수 2012.10.20 594
19 꿈꾸는 재앙 한길수 2011.01.06 589
18 수상한 거래 내역 한길수 2010.08.30 582
17 바람이 남기고 떠나는 것 한길수 2007.08.28 582
16 동궐도(東闕圖)* 한길수 2012.05.05 566
15 호우예비특보 한길수 2010.10.08 561
» 봄꽃 한길수 2011.05.09 550
13 눈물 마르질 않는 것은 한길수 2011.03.07 544
12 폐차장 한길수 2011.08.15 537
11 각시투구무늬 한길수 2011.12.21 527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3
전체:
93,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