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에베라
2012.10.20 11:14
알로에베라 알로에베라
몇 번 되뇌면 편안해지네
허브 꽃향기 그윽한
초록 봄날이 지나가는데
듬성듬성 어머니 목덜미에
쥐젖이 앞 다퉈 피어
홑씨 뿌리내리듯 자라나네
일요일마다 어머니 찾아
성당에 미사보고 오는 길
알로에베라 몇 잎 따다
드러누워 목덜미에 바르고
잎 맺힌 응어리진 지난날들
한숨과 혀를 차면서
저물도록 풀어내 들려주시네
고국에서 보낸 팔순잔치
호사보다 바르게 간수한 자식
일구어낸 보람이셨을 텐데
일손 놓고 찾아뵙지 못한
애끓었던 송구한 마음
화분에 물주며 먼저
목에 난 쥐젖들이 궁금하네
서툰 영어 발음으로 무작정
자식 위해 태평양 건너온 이민
거친 손마디로 궂은일 삼십년
이만하면 되었다고
다리 뻗어 편안함 밀어두고
훌쩍 고국에 가시더니 아예
주저앉아 오실 줄 모르시네
아파트 베란다에 키웠다가
주고가신 화분 하나
뿌리 내리고 번성하여
옮겨 심은 일곱 화분
바쁘다고 눈길 안줘도
쥐젖 퍼지듯 씩씩하게
웃음 담아 오시는 바람 같네
2012년 <미주문학>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