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로에베라
2012.10.20 11:14
알로에베라 알로에베라
몇 번 되뇌면 편안해지네
허브 꽃향기 그윽한
초록 봄날이 지나가는데
듬성듬성 어머니 목덜미에
쥐젖이 앞 다퉈 피어
홑씨 뿌리내리듯 자라나네
일요일마다 어머니 찾아
성당에 미사보고 오는 길
알로에베라 몇 잎 따다
드러누워 목덜미에 바르고
잎 맺힌 응어리진 지난날들
한숨과 혀를 차면서
저물도록 풀어내 들려주시네
고국에서 보낸 팔순잔치
호사보다 바르게 간수한 자식
일구어낸 보람이셨을 텐데
일손 놓고 찾아뵙지 못한
애끓었던 송구한 마음
화분에 물주며 먼저
목에 난 쥐젖들이 궁금하네
서툰 영어 발음으로 무작정
자식 위해 태평양 건너온 이민
거친 손마디로 궂은일 삼십년
이만하면 되었다고
다리 뻗어 편안함 밀어두고
훌쩍 고국에 가시더니 아예
주저앉아 오실 줄 모르시네
아파트 베란다에 키웠다가
주고가신 화분 하나
뿌리 내리고 번성하여
옮겨 심은 일곱 화분
바쁘다고 눈길 안줘도
쥐젖 퍼지듯 씩씩하게
웃음 담아 오시는 바람 같네
2012년 <미주문학> 여름호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30 | 풍암 저수지 | 한길수 | 2006.07.20 | 668 |
29 | 갈매기 우는 이유 | 한길수 | 2006.03.31 | 664 |
28 | 서울풍경 2007 | 한길수 | 2007.06.30 | 657 |
27 | 아내의 집 | 한길수 | 2011.01.06 | 656 |
26 | 낙타와 상인 4 | 한길수 | 2006.07.26 | 649 |
25 | 새끼줄을 기억하며 3 | 한길수 | 2007.10.31 | 646 |
24 | 홍어 | 한길수 | 2006.03.29 | 644 |
23 | 하산(下山) | 한길수 | 2011.02.10 | 637 |
22 | 낙타와 상인 6 | 한길수 | 2006.10.27 | 627 |
21 | 오래된 편지 | 한길수 | 2007.08.28 | 621 |
» | 알로에베라 | 한길수 | 2012.10.20 | 594 |
19 | 꿈꾸는 재앙 | 한길수 | 2011.01.06 | 589 |
18 | 수상한 거래 내역 | 한길수 | 2010.08.30 | 582 |
17 | 바람이 남기고 떠나는 것 | 한길수 | 2007.08.28 | 582 |
16 | 동궐도(東闕圖)* | 한길수 | 2012.05.05 | 566 |
15 | 호우예비특보 | 한길수 | 2010.10.08 | 561 |
14 | 봄꽃 | 한길수 | 2011.05.09 | 550 |
13 | 눈물 마르질 않는 것은 | 한길수 | 2011.03.07 | 544 |
12 | 폐차장 | 한길수 | 2011.08.15 | 537 |
11 | 각시투구무늬 | 한길수 | 2011.12.21 | 5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