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두드리는 물의 노래 -배한봉
2011.06.13 07:57
고장 난 수도꼭지에서 물방울이 떨어졌습니다 뚝, 뚝, 그 소리는 새벽까지 내 잠을 두드렸고 나는 어서 잠들기만을 원했습니다 물방울소리를 더 견디지 못한 잠은 바늘처럼 뾰족해졌고 나는 비닐로 수도의 입을 묶어버렸지요 그러나 혼몽한 가운데서도 내가 물을 따라간 것인지 물이 내 의식 속으로 스며든 것인지 나중에는 사방이 물소리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흐르겠다는 물을 막는다고 해서 멈추겠어요? 잘못은 내게도 있었던 것입니다 가야할 길을 가지 못하는 물의 괴로움을 탓했던 것이 내 괴로움의 원인이었지요. 노래하겠다는 새의 부리를 봉해버린 것처럼. 경남 함안 출생 1998년 《현대시 》로 등단 시집 『흑조 』『우포늪의 왁새 』『악기점 』『잠을 두드리는 물의 노래 』 계간 <시와 생명> 편집위원 웹진 <詩鄕> 편집주간
댓글 0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4 | 창림사지 -백무산 | 한길수 | 2011.07.13 | 201 |
43 | 과녁 -이동호 | 한길수 | 2011.07.13 | 420 |
42 | 검색 공화국 -문성해 | 한길수 | 2011.07.13 | 376 |
41 | 양생하는 건물 -연왕모 | 한길수 | 2011.07.13 | 311 |
40 | 열렸다, 닫혔다, 사라졌다 -박강우 | 한길수 | 2011.07.03 | 659 |
39 | 그 소리는 늘 분홍색이다 -강은교 | 한길수 | 2011.07.03 | 336 |
38 | 자전거가 있는 풍경 -윤성택 | 한길수 | 2011.07.03 | 356 |
37 | 낮달 -나호열 | 한길수 | 2011.07.03 | 411 |
» | 잠을 두드리는 물의 노래 -배한봉 | 한길수 | 2011.06.13 | 338 |
35 | 입산한 내가 하산한 너에게 -이기와 | 한길수 | 2011.06.13 | 310 |
34 | 풍림모텔 -류외향 | 한길수 | 2011.06.13 | 433 |
33 | 누군가 내 바코드를 읽고 있다 -변종태 | 한길수 | 2011.06.13 | 364 |
32 | 저녁의 점 -신영배 | 한길수 | 2011.06.03 | 457 |
31 | 안개사용법 -안현미 | 한길수 | 2011.06.03 | 366 |
30 | 늙어가는 함바집 -공광규 | 한길수 | 2011.06.03 | 386 |
29 | 폐역에서 -위선환 | 한길수 | 2011.06.03 | 313 |
28 | 사랑, 그 백년에 대하여 -김왕노 | 한길수 | 2011.05.13 | 376 |
27 | 凡우주적으로 쓸쓸하다 -최금진 | 한길수 | 2011.05.13 | 492 |
26 | 그 골목은 세상을 모두 둥글게 잠재운다 -김영남 | 한길수 | 2011.05.13 | 399 |
25 | 불멸의 표절 -정끝별 | 한길수 | 2011.05.13 | 34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