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 초

2004.01.09 12:52

김영교 조회 수:499 추천:153

감을 숙성시켜 만든 맑은 체액
단맛보다 신맛의 옷을 입고
높은 약리효과l의 모자를 쓴
선비의 기품

말의 포장지에 싸인 송곳
찌르고 간 흔적
한지 봉지 마다 감초연고
높낮은 부엌선반의 감식초
와르르 쏟아져 나와
덧날까 망을 보는 달밤

깁게 패인 상처에
켜켜이 고인 미움의 고름
저 고운 달도 어쩌지 못하나
제 몸 녹힌 감초고약은
온 몸을 던져 빨아낸다

상채기 구멍마다 바람이 들락이고
쑤시는 번민에 뒤척이는 밤
이빨사이 작은 신음에도
달려오는 감초 목소리
이토록 느슨한 붕대로 안식을 감아주니
창틀에 앉은 고운 달도 말고
삶의 감나무에 한 알의 감이고 싶다.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10 Re..벗 하나 얻고보니 김영교 2003.11.21 838
609 어떤 그림 한 장 김영교 2003.11.28 498
608 하나로, 세계로, 미래로 김영교 2003.12.01 830
607 눈 내리는 연하장 김영교 2003.12.01 561
606 솔잎물방울 김영교 2003.12.01 531
605 사진 2장 김영교 2003.12.05 474
604 애국가의 날개 김영교 2003.12.08 937
603 꽃길 김영교 2003.12.16 892
602 바람자락 김영교 2003.12.16 624
601 해변에서 김영교 2004.01.01 709
» 감 초 김영교 2004.01.09 499
599 개인구좌 김영교 2004.01.09 464
598 단독 회견 김영교 2004.01.09 451
597 바다를 거기에 두고 김영교 2004.01.09 755
596 쉼터 김영교 2004.01.10 507
595 편지 김영교 2004.01.14 402
594 유리벽 저편 김영교 2004.01.14 436
593 바람의 얼굴 김영교 2004.01.21 627
592 보이지 않는 산 김영교 2004.01.25 600
591 바람일가 김영교 2004.02.02 449

회원:
1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11
어제:
4
전체:
647,9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