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시 - 파피 꽃, 아름다운 / 김영교
2017.01.10 07:17
파피 꽃, 아름다운 김영교
파피 꽃 아름다운 마을에 식당 하는 시인친구 살고 있다
오른 팔을 다친 장기 장애인을
매일 새벽마다 만나주는 맥도날드 씨
2시간 왼손으로 시를 쓰고
나머지 하루 22시간 온몸으로 인생을 쓰는
시인을 바라본다
시를 되씹고
힘줄처럼 질긴 불경기를 냅다씹다 덜커덕거리는 이빨
그 몹쓸 치통 사이
사람 냄새 풍기며 성한 시가 걸어나온다
어깨가 으스러지도록 일을 해도
발길 뜸한 식당
문 열러있어도 닫혀 있어
핏방울 시詩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그가 살아가는 힘, 대나무 밭의 바람줄기
아, 시통詩痛임에야
파피꽃을 흔드는 위로바람아 -
남아있는 외팔을 막대딸처럼 아끼며
어루만지는 마음
물밀듯 밀려와
맥도날드 씨와 막 핀 사막 꽃마져 글썽이게 만든다
세월 속에 숙성된 시어들, 그 힘으로 지붕을 떠받히는-
아침햇살 퍼지는 창살, 문풍지 다정한 여닫이 문
폭우 쏟아지는 늦은 밤, 불 밝히고 기다리는 고향집
이야기가 있고 눈물이 있는 따뜻한 아랫목
쉼이 있는 집 한 체
시집(詩集)을 짓자, 친구여
이민언덕에 파피 꽃 아름다운 시집을 짓자, 친구여!
갱상도 사내의 파피 꽃 아름다운 시집을....
-김병현 시인 영전에 -
2016년 12월 29일 김병현유고시집 <그런 사람>출판기념회가 있었다.
가족의 참여가 흐믓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