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피 꽃, 아름다운 / 김영교

2016.04.23 07:47

김영교 조회 수:86

Yellow_Poppy.jpg파피 꽃, 아름다운

 

 

파피 꽃 아름다운 마을에 식당 하는 시인친구 살고 있다

 

오른 팔을 다친 장기 장애인을

매일 새벽마다 만나주는 맥도날드 씨

2시간 왼손으로 시를 쓰고

나머지 하루 22시간 온몸으로 인생을 쓰는

시인을 바라본다

 

시를 되씹고

힘줄처럼 질긴 불경기를 냅다씹다 덜커덕거리는 이빨

그 몹쓸 치통 사이

사람 냄새풍기며 성한 시가 걸어나온다

 

어깨가 으스러지도록 일을 해도

발길 뜸한 식당

문 열러있어도 닫혀 있어

핏방울 시詩가 뚝뚝 떨어지고 있다

 

그가 살아가는 힘, 대나무 밭의 바람줄기

아, 시통詩痛임에야

파피꽃을 흔드는 위로바람아 -

 

남아있는 외팔을 막대딸처럼 아끼며

어루만지는 마음

물밀듯 밀려와

맥도날드 씨도 막 핀 사막 꽃도 글썽이게 만든다

 

세월 속에 숙성된 시어들, 그 힘으로 지붕을 떠받히는-

아침햇살 퍼지는 창살, 문풍지 다정한 여닫이 문

폭우 쏟아지는 늦은 밤, 불 밝히고 기다리는 고향집

따뜻한 아랫목, 쉼이 있는 집 한 체

시집(詩集)을 짓자, 친구여

이민언덕에 파피 꽃 아름다운 시집을 짓자, 친구여!

 

-김병현 시인 영전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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