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넘보지 마라 겨울나무를 / 김영교 4-8-2917
2017.04.08 16:52
넘보지 마라 겨울나무를 / 김영교
옷 다 벗은 나무는 춥다
알몸이지만 하늘을 받쳐 이고
가지 끝마다 불끈 쥔 맨주먹은
잘 견뎌낸다
내공(內功)이 남달라
저 아래 땅에서 하늘까지 물길 터
숨어있는 초록 힘 끌어모은다
구름은 아래로 쏟을 줄만 알고
맨살은
거꾸로가 없는 비에 기대어
낮게 엎드릴 줄 알아
껍질 남루할수록
나이테 호흡이
우주 혈맥일 줄
겉으로 내색 않지만 그 심성 한결같다
휘몰아치는 바람은 숨통을 움켜쥐고
흔들리면서도 의연하여
새롭게 교신하는 뿌리
수액을 빨아올린다
가파른 이민 언덕에 겨울나무
부대껴 잃어 없는듯 가득한
봄 이랑
하늘에 길을 낸다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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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출님, 읫글을 읽으면서 문득 어린이 동요가 생각나 밑에 적읍니다.
차디차고 힘든 겨울의 여정을 보내면서 여유작작 휘파람부는 낭만의 모습이 오히려 강인함의 극치를 보여준다고 생각됩니다
나무야 나무야 겨울 나무야
눈 쌓인 응달에 외로이 서서
아무도 찾지 않는 추운 겨울을
바람 따라 휘파람만 불고 있느냐
평생을 살아 봐도 늘 한자리
넓은 세상 얘기도 바람께 듣고
꽃 피던 봄 여름 생각하면서
나무는 휘파람만 불고 있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