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집

2011.01.06 07:33

한길수 조회 수:656 추천:78



혼자 웅얼거리는 아내가 뭘  
말하는지 처음엔 알아듣지 못했다
바다 보이는 집에 살고 싶다
한눈에 들어와 바람이 넘치는
산호초 맨살까지 맑게 보여주며
비릿한 흰 물살 파도가 이는 곳  
두 시간 넘게 달려가지 않고는
닿지 않는 썰물 바다는 아내의    
한숨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물 빠진 새벽 갯벌을 함께 걸으며  
바다에 갔었던 오래전 기억을
두 번이나 세 번쯤 더 들춰내는 일
아내의 고향도 바다가 지척인데
땀 베여 갔다 오는 열길 꿈 속 바다
멀리 있어 언제 가까워질지도 모를
좀처럼 줄지 않는 융자금 안고
올해 가기 전에 가보자고 하고선
두 장 남은 뻣뻣해진 달력  
어두워진 달력 덮고 침대에 누워
빈말로 친정에 함 다녀오라니까
대답대신 어깨만 들썩이는 등 뒤로
나도 아내처럼 점점 웅얼거리고 있다



           <빈터> 동인지 제 8집 '寓話, 혹은 羽化'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0 불러본다 한길수 2014.05.20 241
129 억새풀 한길수 2014.05.20 437
128 퍼블비치에서 한길수 2014.05.20 462
127 빈집 한길수 2014.05.20 202
126 500자 시론 - 내 시를 말한다’ 한길수 2014.05.20 236
125 오래된 집 한길수 2014.05.20 512
124 잃어버린 시간 한길수 2014.05.20 425
123 물밥 한길수 2012.10.20 526
122 경적의 얼굴 한길수 2012.10.20 430
121 알로에베라 한길수 2012.10.20 594
120 동궐도(東闕圖)* 한길수 2012.05.05 566
119 실바람의 거처 한길수 2012.01.18 690
118 각시투구무늬 한길수 2011.12.21 527
117 폐차장 한길수 2011.08.15 537
116 새들의 신혼(新婚) 한길수 2011.06.03 526
115 봄꽃 한길수 2011.05.09 550
114 로디움 만물시장 한길수 2011.04.27 796
113 눈물 마르질 않는 것은 한길수 2011.03.07 544
112 하산(下山) 한길수 2011.02.10 637
» 아내의 집 한길수 2011.01.06 656

회원:
0
새 글:
0
등록일:
2015.03.19

오늘:
0
어제:
1
전체:
93,5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