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 어떤 그릇 / 김영교
2016.07.21 06:59
어떤 그릇 / 김영교
눈섭 위에 탁 트인 하늘
입술 아래에 익숙한 그릇은 치켜떠야 보인다
푸짐한 밥상 코앞에 있을 땐
이유 없이 무찌른다
힘들게 기어 나온 살찐 식욕 한 가닥이
깊은 밤
철저히 혼자일 때
적막 철조망 사방에
눈여김에서 멀리 밀려
자기 크기의 용도만큼 엎드리는
고운 숨결
늘 비어있어 밥그릇은, 국그릇은
꿈속에서 조차
바쁜 속도에 취한 세상을
바라본다, 너무 멀리 있다
짧은 보폭 사이
의식은 본능을 흐르는 수액
온전한 건 뜨거운 심장 하나
가슴 동그랗게
몸부림치는 순간
해 그름
나사렛 주전자 기울일 때
그 방향에 맞게
그 그릇 크기 따라 일어선다
사랑하는 만큼
목마른 만큼
빈 만큼
물 물 물
*장애우 S에게
댓글 2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90 | 귀천 | 김영교 | 2006.01.06 | 353 |
489 | 신호등 | 김영교 | 2006.01.16 | 694 |
488 | 길 I | 김영교 | 2006.01.18 | 449 |
487 | 부토(腐土) | 김영교 | 2006.01.19 | 415 |
486 | 전화 응답기 | 김영교 | 2006.01.25 | 387 |
485 | 어느 아름다운 재혼 | 김영교 | 2006.01.30 | 612 |
484 | 밤마다 꿈꾸는 빈 통/시집 | 김영교 | 2006.01.31 | 688 |
483 | 어머니 강 | 김영교 | 2006.02.03 | 430 |
482 | 날개짓처럼 투명한 것에 대하여 | 김영교 | 2006.03.06 | 393 |
481 | 그리움은 새 | 김영교 | 2006.03.06 | 432 |
480 | 젖음의 자리에서 | 김영교 | 2006.03.06 | 384 |
479 | 가장 적합한 것은 | 김영교 | 2006.03.10 | 411 |
478 | 하늘 가슴 | 김영교 | 2006.03.10 | 407 |
477 | 둥근 문 하나 | 김영교 | 2006.03.10 | 351 |
476 | 죽은 비 | 김영교 | 2006.03.10 | 366 |
475 | 여행 | 김영교 | 2006.04.02 | 354 |
474 | 경청의 지혜 2 | 김영교 | 2006.04.12 | 382 |
473 | 출력 좀 줄이시면 안될까요? | 김영교 | 2006.04.14 | 527 |
472 | 작은 새 | 김영교 | 2006.04.15 | 408 |
471 | 무지개 롤 | 김영교 | 2006.04.20 | 731 |
선생님글은 투명하고 깊이가 있어요
늘 강건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