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계절의 신작 시 소개

2008.03.11 16:02

성민희 조회 수:492 추천:48

이 계절의 신작 시 소개 (문학과 의식 2008년 봄호에서) 시간을 벗기며 - 이원희 톡, 둥근 어깨를 치자 향기가 깨어난다 꿈의 질료를 붉게 익혀놓은 사과 꽃 떠나간 자리, 그 아린 자리에 꼭지로 아슬하게 저를 매달고 생을 익혔으리라 두껍게 더러는 얇게 봄에서 여름을 깍는 동안 꽃숭어리가 끌어안은 하늘 풀어놓는 사과 껍질 같은 길, 나는 간절히 바래어왔다 내 꿈의 질료들은 붉음으로 이울지 못하고 길 위에서 지칠 때 쯤 우박마저 못질한 상처 그쯤에서 길이 끊어진다 사과 잡은 팔목의 푸른 핏줄이 눈에 들어온다 한 때 포기하고도 싶었다 어둠이 이내처럼 내려앉는 저녁 두텁게 상처를 도려내고 다시 흰 살 속에 바람을 새겨 넣은 일 가을햇살을 끌어안으며 사과를 부풀린 일 폭풍우를 견딘 신산한 시간을 벗기며 사과 한 알 만큼 고독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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