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 회 서울디지털대학교 사이버문학상 * 당선작 - 성백선 분합문 보 기둥 위 쌓인 고요가 벽 치고 수장을 들인다 살대로 달빛무늬 낸 소목의 솜씨 칠흑에 갇혀가는 서까래 밑 둔탁한 배목이 서너 개 박히고 나면 수직을 가늠하는 다림추의 미동도 멈춰 선다 단절된 괴에 동그마니 남아 떨그럭떨그럭 파동을 견디던 등자쇠 건너편 지도리에게 여음을 흘려 보내지만 동선은 보이지 않고 온기는 멀다 속살 드러내어 내밀한 눈빛 당기던 탱탱한 거리엔 마주앉은 속내끼리 경계를 허무는 소리도 천장 긁어 샛길 내는 쥐들의 부산함도 벽채 타고 반경 좁히는 고양이 아기울음도 그쳤다 품고 놓아주기를 반복하는 간극은 언제나 짧은 망설임을 남겨 은은한 창 같은, 거칠은 벽 같은 발자욱이 상 머뭇거리는 문전 나누어졌다 싶으면 어느 결엔가 다시 합쳐져 누마루와 팔작지붕 사이 환했던 소통이 옹이 진 정적으로 무료할 즈음 설주를 에돌던 삭풍이라도 맞아들일 양 좁고 짧을지 모르는 생의 공간을 한 간 확장하듯 벽이었다가 문이기도 한 널 지금은 번쩍, 들어올려야 할 때 애어리염낭거미 누가 잎새 끝에 저토록 푸른 누각을 세웠을까 정교한 산실 들어선 우거진 수풀 한가운데 성자의 입김 가득할 것 같은 염낭엔 낙엽층을 배회하고 돌아온 성체가 몸 푸는지 부들 뿌리로부터 신음이 부화한다 산고를 둘러싼 우주의 소음들 한여름 어스름에 비껴가고 지금 막 알에서 깨어난 어린 것들은 세상으로의 탈피를 시도하느라 생별을 입에 물고 있다 뱃속 그득 비정의 즙 짜 넣으면서 아, 살아있는 것들의 살고자 함은 이토록 뼈를 깎는 일이던가 생존의 늪지대에서 천적으로 변태한 새끼들에게 제 살과 뼈 뜯어 먹히고 어미의 골육을 포식한 패륜의 바다 위 거미 피륙으로 짠 섬이 전설로 흐르다 소리 없이 가라앉는다 세상의 푸르게 눈물겨운 것 다 흘려주고 말없이 형체 없이 하늘 가신 내 어머니처럼 * 심사평 서울디지털대학교 문예창작학부와 계간 『시작』이 주관하는 제2회 <서울디지털대학교 사이버문학상> 심사는, 674명이 응모한 가운데 풍성하게 치러졌다. 무엇보다도 우수한 작품들이 많았고, 오래 연마된 시의 행을 따라가는 일은 실로 즐거웠다. 특히 캐나다, 일본 등 국외에 거주하는 응모자들을 대하면서 심사위원들은, <서울디지털대학교 사이버문학상>이 다국적인 문화를 수용하고 사이버 공간에서의 문학 활동을 활성화시키는 데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을 공감했다. 또한 시편들의 내용과 형태는 다양한 연령과 삶의 모습을 추측케 했는데, 이를 통해 아직도 문학이 사회 전반에 녹아 있다는 희망도 얻게 되었다. 예심을 통해 올라온 응모작 가운데 심사위원들은 김강식, 김수정, 김지영, 성백선, 송하얀, 유원희, 이종숙, 현혜숙 씨(가나다 순) 등 여덟 분의 작품에 주목하였다. 완성도에 있어서 다소의 차이는 느껴졌지만, 이들의 시편들에는 모두 시적 안정과 변화를 주도해가는 힘이 내장되어 있었다. 그것은 결코 단기간의 습작으로 얻을 수 없는 힘이어서, 독자의 내면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이 분명했다. 심사위원들은 시의 완성도, 언어구사 능력, 구성력 등 다각적인 차원의 논의를 거친 끝에 세 명의 후보를 다시 선정하였다. 우선 김지영 씨의 작품 중에는 「모란꽃살문」이 눈에 들어왔다. 선암사 원통전의 모란꽃살문을 통해 설화 속 시간을 바라보는 눈길이 섬세하고 신선하게 다가오는 작품이었다. 하지만 뒤에 이어지는 작품들의 편차가 심해 아깝게도 최종 논의에서는 제외되고 말았다. 이에 따라 마지막으로 논의된 후보는 성백선, 유원희 씨였다. 이 중 유원희 씨의 작품은 다양한 삶의 모습을 진솔하게 시로 감싸 안는 진정성이 높이 평가되었으나 언어 반복, 시적 반전의 미약함 등이 지적되었다. 이에 비해 성백선 씨의 작품은 사물을 바라보는 인식의 깊이가 남달랐고, 내용과 형태의 완결성에도 무리가 없었다. 특히 「애어리염낭거미」는 거미의 생태를 어머니의 삶으로 반전시키는 시적 역량이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그리하여 심사위원들은 논의를 거듭한 끝에 유원희 씨의 작품을 가작으로, 성백선 씨의 작품을 당선작으로 결정하는 데 합의하였다. 당선되지 않은 분들에게는 이번 응모가 더욱 정진할 수 있는 기회가 되었기를 바라고, 당선자에게는 거듭 축하와 격려의 말씀을 드린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두 번째 당선자를 낸 <서울디지털대학교 사이버문학상>이 해를 거듭할수록 더 큰 시인의 산실이 되길 기대한다. * 당선소감 <시 쓰는 기쁨과 아름다움> 입춘이 갓 지난 봄의 문턱에서 戀舊?않은 당선 희소식을 접하게 되니 놀라움과 설레임으로 만감이 교차합니다. 수많은 나와 만나며 시의 행간을 더듬던 시간 속에는, 저만치 나앉은 빛들과 거의 잊혀져 가는 기억들이 단절을 벗고 소통의 한 길을 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지금 이대로의 삶에서 한 가지씩은 더 보태어 살고 싶은 간절한 무엇이 있을 터, 그것이 詩라는 이름으로 내게 와 살아가면서 피할 수 없는 슬픔과 아픔을 높이 끌어올리고, 단단한 느낌표를 곤고한 삶에 새겨 주었다면 이 얼마나 위무 어린 독려이며 가슴 벅찬 행진일까요. 이제 다시 돌아 올 봄 앞에 시간의 얼굴을 씻고, 연둣빛 시어를 펼쳐 꿈 먹은 길을 향하려 합니다. 그 길에 눈부신 슬픔과 아름다운 아픔이 서려 있길 바라면서 울퉁불퉁하고 휘어진 길이 더 묘미 있는 건, 힘들어 지칠 때마다 사랑스러운 사람들과 손 잡고 함께 나누는 온정의 이야기들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란 것도 잊지 않으렵니다. 서울디지털대학교와 미흡한 점이 많은 시를 당선작으로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께 깊이 고개 숙여 감사의 인사 드리고, 밤늦도록 컴퓨터를 껴안고 시의 언덕을 오르내리던 내게 건강을 염려해 준 가족들에게 고마운 마음 전하며, 언제나 정신적 든든한 후원자이신 이동순 교수님과 온라인 오프라인을 통해 함께 습작의 과정을 즐겨 준 시창작 문우님들께 이 영광을 바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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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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