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낱알 넷

2010.11.09 00:26

이주희 조회 수:1201 추천:188


낱알 넷 / 이주희





    우리는 이삭으로

    초록의 길을 함께 걸어왔다

    팔에 팔을 얹어 거센 바람을 막아내고

    서로를 부둥켜안아 흩어지지 않았다

    한 귀퉁이가 좀 더 햇살을 받고

    또 한 모서리가 더 춥게 지냈으면 좀 어떤 가

    기꺼이 기댄 어깨들이 불볕을 이겨 내고

    마주 안은 가슴들이 뿌리를 지켜낸 것을

    이제는 가을걷이

    황금빛으로 여문 낱알들은 빈 하늘에 채워주고

    뼈 없는 낟알은 나무 밑에 묻어두자

    늙는 병도 비슷비슷 앓아

    듬성듬성 허물어질 울타리와

    구름 꽃처럼 피어나는 검버섯과

    연륜처럼 늘어가는 주름살과

    된서리처럼 내린 흰 머리카락위에

    따듯한 지혜의 모자를 씌워

    하나 둘 비워가는 황혼의 길을 바라보자

    알갱이도 쭉정이도

    헛것처럼 왔다가는 것은

    그 어디에도 없으니.


    -(소리비)에서-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2 ★ 12월 [1] 이주희 2010.12.13 1473
41 ○ 불장난 이주희 2010.12.10 1189
40 ○ 세밑 고속도로 이주희 2010.12.01 1125
» ○ 낱알 넷 이주희 2010.11.09 1201
38 ○ 만여 번째 박치기 이주희 2013.04.15 1344
37 ○ 가마솥 이주희 2013.04.23 1088
36 ○ 올가미 이주희 2010.10.14 1566
35 ★ 토끼동네 이주희 2011.01.05 1178
34 ○ 매복 [1] 이주희 2012.04.27 1720
33 ○ 대나무 숲 이주희 2009.03.14 2165
32 ○ 5060 밤 열차 이주희 2012.10.16 1211
31 ◈ 돌탑 이주희 2012.09.14 1259
30 ★ 묻지 마(魔) 이주희 2012.09.12 1194
29 ○ 폐경 이주희 2012.07.13 1095
28 ○ 화살 이주희 2012.07.13 1092
27 ○ 요세미티 캠프 이주희 2012.06.06 1126
26 ★ 무숙자 이주희 2012.11.20 1169
25 ○ 다솜 다비 이주희 2012.12.05 1118
24 ○ 가을 날개 이주희 2012.11.26 1097
23 ◈ 엄마의 타임머신 이주희 2012.10.30 1326

회원:
2
새 글:
0
등록일:
2015.03.18

오늘:
32
어제:
57
전체:
286,1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