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밑 고속도로

2010.12.01 12:28

이주희 조회 수:1125 추천:181
















    세밑 고속도로 / 이주희

    저문 시간
    나는 태반모습을 한 붉은피톨로
    살갗 속을 흐르는 관을 타고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마주치는 순간
    옆으로 비켜가는 흰 피톨
    뒷덜미까지 따라오는 별빛은
    수정처럼 맑다

    생명의 불꽃처럼 빨갛게
    지워진 시간처럼 하얗게
    장식 전구의 광채를 흘리는
    밤의 고속도로

    아직도 더 가야하는데
    혈관이 막혀버린 인터체인지
    붉은피톨과 흰 피톨이 뒤엉켜
    느려지는 동맥의 흐름
    산소가 희박하다

    어디선가
    청사초롱 달고 나타난 청백의 정맥
    역류하는 피톨들을 순환시키고 있다
    거꾸로 흐르던 혈액이 제자릴 찾아
    드러내는 명도는
    트리장식처럼 명멸하고 찬란하다

    집이 보인다
    이제 곧 심장에 닿을 수 있다.

    -(소리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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