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퍌자가 상팔자

2011.02.03 10:14

김준성 조회 수:321 추천:37

개 팔자가 상팔자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렸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돈푼께나 모았더니 통머리 큰 마누라가 있는 돈 불리자고 사업입네 벌였다가 사기꾼에게 쫄딱 하고 빈털터리 백수일 적, 시 나부랭이 쓴답시고 책상 앞에 끙끙대고 있으려니 마누라가 마실갔다 헐레벌떡 오더니만 느닷없이 하는 말이 -옹골 댁이 그러는 디 백발백중 사주쟁이 있답디다 - 우리팔자 개 팔자가 상팔잔지 알아나 보자기에 억지춘향 마누라 꽁무니 쫄랑쫄랑 따라가 소문난 도사님께 잘 봐달라고 문안인사 공손히 드리고는 나도 한때 동양철학 서양철학 뒤적인 적 있는지라 내가 먼저 도사님 관상을 보았지롱 체구는 깡마르고 빈상 맞은 대머리에 돋보기 안경위로 쏘아보는 뱁새눈이 딱 사주쟁이 팔자이다 마누라 곱던 손 헐벗어 속주머니 궁금하고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온 길이니 마누라 희망이나 가지라고 내일부터라도 상팔자라 하면 좋으련만, 도사님은 개다리 소반위에 전생 록을 펼쳐 놓고 내 코 한번 쳐다보고 마누라 얼굴 한번 쳐다보고 기우뚱 갸우뚱 궁합은 찰떡궁합이라 천생연분인데 내 전생에 전생 문을 지키는 문지기로 전생 문에 들어오는 반반한 여자들을 수도 없이 꼬시다가 옥황상제께 들키어 귀싸대기 호되게 얻어맞고 이승으로 쫓겨나와 그 죄를 받는다 하는데 지난 밤 초상집 핑계 대고 전생에서 나랑 함께 쫓겨나온 다방 마담을 살살 꼬시어서 청실홍실 엮고 풀고 하였지롱 도사님 말씀대로 지난 밤 일 뽈록 나면 마누라한테 담뱃값은 고사하고 거지꼴이 될 터인데 순 돌팔이 도사라고 마누라 옆구리 콕콕 찔러 도망치려 하였더니 젠장. 도사도 왕 도사라 돋보기안경 위로 뱁새눈에 독침 담아 내 엉덩짝에 쏘아놓고 느닷없이 무릎을 딱 치면서 하는 말씀 -아하 아줌니는 전생에 좋은 일을 많이 해서 이승에는 상팔자로 왔는디 아자씨가 전생에서 지은 죄가 하도 많아 아줌니는 덤으로 고생을 하는구먼. 그러나 아주마니 이제는 걱정 말어 내년부터는 운세가 터져서 돈 많이 벌 것 써 돈은 벌어도 절대로 아자씨한테는 주지 말어 아주마니가 몽글라 쥐어야 별탈이 않나 아저씨는 끼가 있고 씀씀이가 헤퍼서 밑 빠진 독에 물 붙기여- 마누라 낯꽃 훔쳐보니 빙긋이 퍼진 입 진짜로 초상집 날 샌 밤은 한숨을 돌렸는데 빌어먹을 얼치기 도사 내참 더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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