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퍌자가 상팔자
2011.02.03 10:14
개 팔자가 상팔자
개같이 벌어서
정승같이 쓰렸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돈푼께나 모았더니
통머리 큰 마누라가
있는 돈 불리자고
사업입네 벌였다가
사기꾼에게 쫄딱 하고
빈털터리 백수일 적,
시 나부랭이 쓴답시고
책상 앞에 끙끙대고 있으려니
마누라가
마실갔다 헐레벌떡 오더니만
느닷없이 하는 말이
-옹골 댁이 그러는 디
백발백중 사주쟁이 있답디다 -
우리팔자
개 팔자가 상팔잔지
알아나 보자기에
억지춘향
마누라 꽁무니 쫄랑쫄랑 따라가
소문난 도사님께
잘 봐달라고
문안인사 공손히 드리고는
나도 한때
동양철학
서양철학
뒤적인 적 있는지라
내가 먼저
도사님 관상을 보았지롱
체구는 깡마르고
빈상 맞은 대머리에
돋보기 안경위로
쏘아보는 뱁새눈이
딱 사주쟁이 팔자이다
마누라 곱던 손 헐벗어
속주머니 궁금하고
이러나저러나
어차피 온 길이니
마누라 희망이나 가지라고
내일부터라도
상팔자라 하면 좋으련만,
도사님은
개다리 소반위에
전생 록을 펼쳐 놓고
내 코 한번 쳐다보고
마누라 얼굴 한번 쳐다보고
기우뚱 갸우뚱
궁합은 찰떡궁합이라 천생연분인데
내 전생에
전생 문을 지키는 문지기로
전생 문에 들어오는
반반한 여자들을 수도 없이 꼬시다가
옥황상제께 들키어
귀싸대기 호되게 얻어맞고
이승으로 쫓겨나와
그 죄를 받는다 하는데
지난 밤 초상집 핑계 대고
전생에서 나랑 함께 쫓겨나온
다방 마담을 살살 꼬시어서
청실홍실 엮고 풀고 하였지롱
도사님 말씀대로 지난 밤 일 뽈록 나면
마누라한테 담뱃값은 고사하고
거지꼴이 될 터인데
순 돌팔이 도사라고
마누라 옆구리 콕콕 찔러 도망치려 하였더니
젠장. 도사도 왕 도사라
돋보기안경 위로
뱁새눈에 독침 담아
내 엉덩짝에 쏘아놓고
느닷없이 무릎을 딱 치면서 하는 말씀
-아하 아줌니는
전생에 좋은 일을 많이 해서
이승에는 상팔자로 왔는디
아자씨가 전생에서 지은 죄가 하도 많아
아줌니는 덤으로 고생을 하는구먼.
그러나 아주마니 이제는 걱정 말어
내년부터는 운세가 터져서
돈 많이 벌 것 써
돈은 벌어도
절대로 아자씨한테는 주지 말어
아주마니가 몽글라 쥐어야 별탈이 않나
아저씨는 끼가 있고 씀씀이가 헤퍼서
밑 빠진 독에 물 붙기여-
마누라 낯꽃 훔쳐보니
빙긋이 퍼진 입
진짜로 초상집 날 샌 밤은
한숨을 돌렸는데
빌어먹을 얼치기 도사
내참 더러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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