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앞에서

2009.10.14 14:39

강성재 조회 수:899 추천:98

그대 걷던 강둑에서
그대 걸음 따라가며
깃털만한 소망 하나를 가진
아주 조그만 새가 됩니다

산은 여전히 거기 있는데
거품을 물고 흘러 가는 물
이제는 차마 하늘밑이라고 할 수 없는
거칠은 잔돌멩이들 사이로
억척스럽게 피어 오르는
들꽃 하나라도
가슴에 담아 가고 싶습니다

산길을 더듬어 오르면
온몸에 박히는 도둑놈 가시
그대여, 개울물이 모이면
정말로 강을 이루는 것입니까

모두들 어쩔수 없는 안타까움에
저마다 옷깃을 여미며
떠나가 버리는 빈 벤치에
그대는 가고 나는 남았는데
나는 없고 그대만 있어
아아, 마지막 기도처럼
그대 앞에 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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