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疎通)

2009.11.16 14:48

강성재 조회 수:624 추천:103

낫살도 수월찮게 먹은 주제에 연애를 한답시고 젊은 여자랑
데이트 약속을 하고 다운타운을 갔다가 보기 좋게 바람을 맞고
씨팔 좆도 투덜 거리며 번사이드길을 걷고 있는데 휠체어를 탄
웬 멕시칸 할머니가 내게 무어라 말을 걸었고
할머니 나 멕시코 말 몰라요 아 글쎄 모른다니까요 때문에
잠시 소통도 않되는 문답이 오고갈 즈음 낮술에 거나해진
흑인 청년이 때마침 옆을 지나다 비둘기똥을 정통으로 머리에 맞고
갓댐 써나바비치 난리치다 나랑 눈과 눈이 우연찮게
맞절을 했것다 그렇찮아도 울고 싶던 놈 대뜸 나한테 시비를
거는데 갑자기 소낙비가 내렸다
셋은 각 방향으로 후다닥 갈라 섰지만 멕시칸 할머니 서두르다
휠체어와 함께 넘어졌고 뛰다가 동시에 뒤 돌아 선 두 사람
유 오케이 괜찮아요 대답 들을 틈도 없이 휠체어 밀고
당기어 낡은 창고 처마 밑에 나란히 앉아 비 내리는 거리를
멍하니 보고 있다

오늘은 소나기가 타운에 둥지를 틀어
도시에 분분한 낙엽들을 입 봉해 버린 날

이렇게 변덕스런 날에는 빗줄기마져 다정해서
휠체어 노파랑 검은 주정뱅이랑 나랑은
한 묶음으로 묶여 가을로 깊어 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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