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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수다한 문학상 중 가장 높은 권위를 자랑하고 있는 상은 1935년 문예춘추사가 창설한 아쿠타가와상이다. 이 상의 수상자 중 재일 조선인이 4명 끼어 있다는 것은 자랑스러운 일이다. 1972년 수상작 [다듬이질하는 여인](이회성), 1988년 수상작 [유희](이양지), 1997년 수상작 [가족 시네마](유미리), 2000년 수상작 [그늘의 집](현월)이 일본어로 씌어졌다고 하여 그 작품을 폄하해서는 안 된다. 네 사람의 국적을 들먹이며 누구는 일본 국적을 갖고 그 작품을 쓰지 않았느냐고 흠을 잡을 필요도 없다. 네 사람 모두 한국인 이름을 갖고 그 작품을 썼고, 특히 이회성과 이양지는 재일 조선인으로 살아가는 일의 정신적인 고뇌와 실질적인 고통을 작품에 담아내 일본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그 상을 수상하였다. 그것도 몇 번이나 후보에 오른 끝에. 이 상의 후보작에 이름이 오른 재일 조선인 작가는 10명이 넘는다. 김사량·김달수·김석범 등 제1세대 작가의 뒤를 이은 이들의 활동은 이제 일본문학의 한 축을 지탱하고 있다. 우리는 재일 조선인 작가의 활동을 먼산 불 보듯이 너무 소홀히 대했던 것은 아닐까.
  시선을 먼 곳으로 돌려보아도 재외 한인 동포 작가의 활약상은 눈부시다. 국내 언론에 자주 등장해온 재미 한인 문학의 대표자인 김은국·차학경·노라 옥자 켈러·수잔 최·이창래·돈 리 등은 미국 주류 문학에서도 중요하게 다뤄지고 있는 작가다. 호주 문단에서는 김동호가 튼튼히 버티고 있다. 교포인 이들 작가의 작품은 탄탄한 영어 문장으로 씌어져 그쪽 나라 사람들에게도 교과서적 전범으로 평가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있다. 영미권에서 한국문학을 만만히 보지 않는 이유도 국내 작가들 때문이 아니라 이들의 활약상 덕분이라고 한다.
  김학철로 대표되는 재중국 조선족문학은 한글로 발표되어 왔기 때문에 외국문학 전공자가 번역을 하지 않아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는 특징이 있다. 연변 조선족과의 교류가 활발해짐에 따라 김성휘·김철·리상각·리욱·박화 등 우리에게 낯선 조선족 시인들의 작품도 조금씩 소개, 연구되고 있다.
  러시아어로 창작되는 구소련 지역 고려인문학은 아나톨리 김이라는 걸출한 작가를 낳았다. 이분 외에도 소설가 미하일 박, 시인 리진과 양원식, 극작가 라브렌띠 송 등의 활약이 두드러져, 광활한 러시아 들판에 '고려인'의 기개를 드높이고 있다.
  이들 문학에 대한 연구가 최근 몇 년 사이에 활기를 띠고 있다. 한국문학평론가협회와 국제한인문학회가 선봉에 서서 본격적인 자료 수집에 나서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세미나도 개최하는 등 재외 한인 문학 연구와 문학인과의 교류를 활발히 전개하고 있다. 참으로 뜻깊은 일이다. 나는 1999년에 계간 시전문지 {시안}이 주최한 '백두산의 원형 심상과 문학적 상상력 세미나'(개최 장소는 중국 연변)에 참석하여 재중국 조선족 문인들과 대화를 나누며 큰 감명을 받은 적이 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그들은 '조선문학' 하면 북조선의 문학을 전범으로 알고 공부해 왔는데 근년에 들어 남조선의 문학을 아주 활발히 소개, 연구하고 있다면서 통일한국의 미래를 우리 문학인이 이끌어가자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었다.
  나는 2004년 8월 중순께, 미주한국문인협회의 초청을 받아 협회의 여름 문학 캠프에 가서 시 창작에 관해 강연을 했다. LA 근교에 있는 '꽃동네'에서 행해진 캠프에는 LA는 말할 것도 없고 샌프란시스코·오리건주·메릴랜드 등에서 온 문인과 독자가 무려 60여 명, 국내 어느 여름 문학 캠프에 못지 않은 열기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문학 세미나는 대개의 경우 발표가 있고 난 후 토론자의 질의, 발표자의 답변, 청중의 질의, 발표자의 답변이 일사천리로 진행되어 뒤풀이 자리로 서둘러 가는 가게 마련인데 협회는 첫날을 강연으로, 둘째 날을 청중들과의 질의·응답으로 하여 치밀한 일정을 짰다. 질의·응답만 해도 2시간 넘게 진행되었으니 알짜배기 문학 캠프였다. 미국은 워낙 땅이 넓은 나라이기에 60여 명 행사 참여자는 모두 상당한 거리를 차를 몰고 왔다. 내가 보건대 그분들은 미국에서 둥지를 틀기는 했지만 모국어를 누구보다 사랑하고, 애써 돌보고, 잘 갈무리하는 애국자들이었다. 계간 {미주문학}이 이번 여름에 통권 27호로 발간되었으며, 시 분과위원회의 기관지인 격월간 {미주시문학}도 11집이 나왔다.
  한국 내에서 문학이 위기다 사양길이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나라 밖에서는 이렇게 활발히 문학의 밭을 일구어 왔고 일구고 있는 동포 문인들이 있다. 참으로 고무적인 일이다. 재외 한인 문학인과 국내 문학인과의 교류가 더욱 활발히 이뤄지기를, 재외 한인 문학의 국내 소개가 더욱 활발히 이뤄지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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