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0.10 23:44

코스모스 날리기

조회 수 356 추천 수 7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코스모스 날리기


코스모스 잎파리를 따다가 프로펠라 비행기로 날려보냅니다
이빠진 잎파리가 맥없이 떨어질 참이면 바람을 나무라고
조금 멀리라도 갈 적이면 좋아라 신작로를 훌쩍 넘어 달리곤 합니다
날개 짓보다 더 한 비상을 꿈꿨던 작은 아이의 손짓에는
아직도 그 꽃가루가 묻어납니다.
세월만큼 이만치 먼길을 달려왔건만 그 길에서 만난 코스모스는
그 때나 지금이나 그 높이 그대로 낮은 치마 주름모양 접어두었던 잎파리를 활짝 펼쳐 보이고 있습니다.
초가을 따가운 햇살을 듬뿍 받고 자라난 코스모스는
아이의 키보다 넘치지 않는 작은 어깨로 나란히 작은 바람에도 아랑곳 않는 어깨 짓으로 그 길을 가득 메우고 있습니다.
아이가 자라면 그 키 높이를 잊고 살겠지만
코스모스는 다 자라서도 그 키를 벗어날 수 없는 모양입니다.
그 아이가 자라서 훌쩍 커버린 세상만큼 낯이 설어도
코스모스는 다시 아이가 되어 돌아온 그 자리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 자리에서 코스모스를 따다 날려봅니다
아이보다 더 커버린 세상을 향해 더한 날개 짓으로도
움쩍이지 않은 사람들을 향해
낮은 키로 한가득 자라나서 그 작은 몸으로 오독히 선 친구같은 오랜 기억으로 세상을 불러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35 쌍무지개 강민경 2005.10.18 235
134 펩씨와 도토리 김사빈 2005.10.18 327
133 일상이 무료 하면 김사빈 2005.10.18 389
132 무서운 빗방울들이 서 량 2005.10.16 225
131 한 사람을 위한 고백 천일칠 2005.10.13 300
130 달팽이 여섯마리 김사빈 2005.10.12 301
129 아버지 유성룡 2006.03.12 479
» 코스모스 날리기 천일칠 2005.10.10 356
127 가을단상(斷想) 성백군 2005.10.05 275
126 식당차 강민경 2005.09.29 336
125 코스모스 길가에서 천일칠 2005.09.26 222
124 노숙자 성백군 2005.09.19 206
123 아이들과갈비 강민경 2005.09.19 359
122 그렇게 그때 교태를 서 량 2005.09.19 326
121 두 손을 마주하여 그리움을 만든다 백야/최광호 2005.09.15 320
120 초가을인데 / 임영준 뉴요커 2005.09.12 305
119 한정식과 디어헌터 서 량 2005.09.10 526
118 회상 강민경 2005.09.05 346
117 여행을 떠나면서 김사빈 2005.09.05 370
116 흰 머리카락 성백군 2005.08.26 307
Board Pagination Prev 1 ... 104 105 106 107 108 109 110 111 112 113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