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나위
이 월란
날 저무는 산신각에 잔줄 구겨진 할보무당
옥색 저대기 긴고름 설단 위의 부적처럼 너푼거리면
인간사 휩쓸고 간 물귀신, 중중모리 장단에 물숨이 꺾이랴
세상사 불사르고 간 불귀신, 자진모리 잔가락에 불꽃을 사그리랴
세간사 드날리고 간 바람귀신, 육자배기 흐느낌에 꼬리를 감추랴
발버둥이 육신들 길흉화복 건사하려 푸닥거리 기운이 넘쳐도
액막이 전별(餞別)하는 제향에 향불만이 승천하는 곳
서낭당에 비는 치성 눈물 한방울 줍지 못해
고달파 흩어지는 한숨 한줌 담지 못해
흰 베수건 어깨에 걸고 맴도는 발버드래 장단은
젓대 울리는 열 손가락으로 실보무라지 날리듯 감겨들고
가락 없는 *아니리 뽑아내는 목청, 거지중천에 공허한 삿대질로
신들린 박수무당 맥없이 널뛰는 애달픈 뜨락
거나한 푸닥거리만 신백을 불러들이는 남사당패 향연에
행랑채 사립짝문 속절없이 흔들리고
가래조 장단에 나비춤 추는 석고색 만다라꽃
2007-04-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