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문항의 창작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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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속에서 ( " )
2010.03.16 04:17
자연 속에서
최 문 항
오늘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으로 여행을 떠나 볼까 합니다. 사실 시간이 없다. 할 일이 산더미같이 밀려있다고 하는 말은 핑계에 불과하니까요.
조용히 자신에게 물어보세요. 정말 숨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일상생활이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잠시 쉼표를 찍고 지금까지 해 온 일들이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잘 진행되고 있는지, 내게 남아있는 힘은 얼마나 되는지 점검해봐야 하지 않겠어요? 그래서 오늘은 잠시 여유를 갖고 시원한 바람을 쐬고 올까 합니다.
저는 오렌지카운티 한구석에서 조그마한 기계공장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늘 탁한 공기와 먼지 속에서 일하다 보니 시간만 나면 간단히 짐을 꾸려 산과 바다로 떠나곤 합니다. 도시의 먼지를 훌훌 털어 버리고 시원한 바닷가 모래사장에 낚싯대라도 하나 드리워 놓고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아! 이곳이 낙원이 구나”하는 감탄이 절로 흘러나옵니다.
산타모니카 해변을 지나 1번 고속도로를 따라 굽이굽이 돌아가는 캘리포니아의 해변이야말로 절경 중의 절경입니다. 한적한 해변에 서서 붉게 물들어 가는 저녁노을과 밀려드는 파도를 봅니다. 서둘러 집을 찾는 물새들의 노랫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어느덧 부질없는 욕심과 근심 걱정들이 모두 하찮은 일들로 스러져가고 창조자의 침묵하심을 여기에서 배웁니다.
캐나다 동부 가을 여행 때 본 붉다 못해 검은색으로 보이는 단풍은 마치 한 폭의 수채화를 보는 듯했습니다. 얼굴도 마음도 모두 단풍 색으로 물들어 활활 타오르는 기분이었습니다. 지난겨울 꿈길처럼 스쳐 지나간 중부 캘리포니아의 흰 눈 덮인 Mt,위트니, 어니언밸리, 샤브리나 호숫가의 허름한 통나무 캐빈은 어린 시절 받아 보았던 크리스마스카드 속의 풍경 그대로 였습니다.
사 계절의 구분이 뚜렷하지 않은 이곳 L.A는 4월까지 하얀 눈으로 뒤덮인 높은 산에서는 스키를 타고 해변에서는 수영을 즐길 수 있으니 내 입술에 “하나님 지으신 모든 세계 내 맘 속에 그리어 볼 때....” 찬송이 저절로 흘러나옵니다.
벌서 오래된 이야기지만 우리 가족이 여행을 떠날 때에는 편안한 호텔보다는 숲 속의 통나무 캐빈이나 야영장에 텐트를 치고 자연 속에 푹 파묻혀 보기를 즐겼습니다. Camping Ground에 자리를 잡아 텐트를 치고 에어백에 펌프질을 할 때쯤이면 아내는 어느덧 맛있는 저녁 식사를 준비해놓고 "땡" "땡" "땡" 우리를 부릅니다.
희미한 등불 밑에 온 식구가 둘러앉아 허름한 나무 식탁을 대하면 열 살짜리 아들 녀석이 거창한 식사기도를 시작합니다. 끝을 못 맺고 맴돌면 두 살 위인 누나가 얼른 "예수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까지 일사천리로 끝을 맺어줍니다. 식사를 하면서 바쁜 생활 속에서 나누지 못했던 대화가 시작되고 아이들은 엄마 아빠의 따뜻한 사랑을 다시 한번 확인합니다. 텐트 밖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서 까만 하늘에 수도 없이 흩어져 있는 별들을 세어보며 소곤대는 이야기는 밤이 깊어가는 줄 모르고 계속됩니다. 쓸데없는 다툼도, 큰 욕심도, 자기주장도, 그리고 너무 쉽게 말하는 사랑한다는 거짓말도, 별로 그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됩니다. 거대한 자연 속에 녹아든 조그마한 점 같은 존재들의 투정은 산들바람에 다 날아가 버리고 미움도 희미해지면서 깨끗한 산소만이 우리 허파를 가득 채워 줍니다. 광대한 우주 속에 지구라는 이름의 작은 별에 살고 있는 우리네 사람을 기억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 식구에게 꼭 필요한 땅은 고작 텐트 하나 펼쳐 놓을 만한 넓이면 충분합니다. 생활 도구도 허술한 캠핑 장비 정도면 충분하고 조그마한 프로판 가스 등불 하나로 전기를 대신해도 불편함이 전혀 없습니다. 전화와 T.V로부터 자유로워진 것만으로도 우리는 얼마나 행복한지 모릅니다.
하나님께서 하늘과 땅 그리고 모든 생물을 우리에게 맡기시고 잘 관리하라고 하셨는데 우리는 육신의 정욕대로 몸을 더럽히고 생태계를 오염시켜 파괴하고 지구의 멸망을 재촉하고 있습니다. 앨 고어라는 정치인이 "불편한 진실"이라는 영화를 만들어서 지구 온난화 방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우리들이 잘 관리해서 후손들에게 넘겨줘야 할 이 지구는 점점 수면 밑으로 가라앉고 있습니다. 우리는 호화 유람선을 타고 알래스카 여행을 즐깁니다. 빙벽이 무너져 내리는 것을 보면서 손뼉을 치며 환호합니다. 킬리만제로의 천 년 설이 반쪽이나 녹아내렸고 그린랜드는 얼음이 녹아 맨 땅이 드러나 보입니다.
노아의 홍수 이후 지면을 덮었던 물을 남극과 북극으로 그러모아 몽땅 얼음으로 얼려버려서 우리가 땅을 짚고 살 수 있었다는데 이 얼음이 다 녹아 버리면 뉴욕 맨하탄의 엠파이어스텐드 빌딩이 반쯤 물에 잡긴 다고합니다.
오늘 우리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말미암아 지구에 종말이 닥쳐온다면 사랑하는 우리의 후손들은 어디에서 살아가야 한단 말입니까? (文)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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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lder
2021.08.0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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