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 푸른 물/이대흠
2006.03.09 14:07
파고다 공원에 갔지 비오는 일요일 오후 늙은 섹스폰 연주자가 온몸으로 두만강 푸른 물을 불어대고 있었어 출렁출렁 모여든 사람들 그 푸른 물 속에 섞이고 있었지 두 손을 꼭 쥐고 나는 푸른 물이 쏟아져 나오는 섹스폰의 주둥이 그 깊은 샘을 바라보았지 백두산 천지처럼 움푹 패인 섹스폰 속에서 하늘 한 자락 잘게 부수며 맑은 물이 흘러나오고 아아 두만강 푸른 물에 님 싣고 떠난 그 배는 아직도 오지 않아 아직도 먼 두만강 축축한 그 섹스폰 소리에 나는 취해 늙은 연주자를 보고 있었네 은행나무 잎새들 노오랗게 하늘을 물들이고 가을비는 천천히 늙은 몸을 적시고 있었지 비는 그의 눈을 적시며 눈물처럼 아롱졌어 섹스폰 소리 하염없을 듯 출렁이며 그 늙은 사내 오래도록 섹스폰을 불었네
이대흠(1968~) 두만강 푸른 물
파고다 공원에서 누군가가 섹스폰으로‘두만강 푸른 물’을 구성지게 불어대고 있다. 백두산에서부터 시작되는 두만강 물줄기가 마치 이 섹스폰을 통해 서울의 파고다 공원에까지 흘러오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의 몸과 눈이 젖는다. 비가 내리는 것인지 눈물이 흘러 그러는 것인지 구분할 수는 없으나 공동체적 운명을 현실로 안고 사는 우리 속을 적시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문인귀/시인
미주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7월26일 자
이대흠(1968~) 두만강 푸른 물
파고다 공원에서 누군가가 섹스폰으로‘두만강 푸른 물’을 구성지게 불어대고 있다. 백두산에서부터 시작되는 두만강 물줄기가 마치 이 섹스폰을 통해 서울의 파고다 공원에까지 흘러오고 있는 것 같다. 사람들의 몸과 눈이 젖는다. 비가 내리는 것인지 눈물이 흘러 그러는 것인지 구분할 수는 없으나 공동체적 운명을 현실로 안고 사는 우리 속을 적시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문인귀/시인
미주한국일보 <이 아침의 시> 7월26일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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