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손목 시계는 라렉스Ralex 시계
오정방
내가 지금 차고 있는 손목시계는 라렉스Ralex시계다. 로렉스Rolex
시계를 잘못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로렉스는 너무 이름난 시계이고 라렉스 시계란 것은 금시초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만한 얘깃거리가 분명히 있고 이것은
아내와 나만 아는 비밀스런 일이기도 하다. 아니 비밀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자초지종을 얘기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
전에 DJ와 JP가 서로 연대할 적에 DJP라는 합성어가 탄생한 일이 있었다. 아주 기발한 표현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거니와 그와 같이 ‘라렉스Ralex’는 바로 ‘라도Rado’와 ‘로렉스Rolex’의 합성어라는 것을 먼저 밝혀야 얘기가 풀려져 나간다.
‘68년 10월, 나는 결혼 선물로 시계 1점을 받았다. 말이 받은 것이지만 사실은 예비신부와 예비장모님을 따라 시계점에 가서 내가 선택한
시계이다. 그 옛날 서울 종로 2가에 가면 서보양행이라는 시계 및
보석상회가 있었는데 나는 거기 들어서자마자 첫눈에 띈 시계를 보고는 ‘이것이면 되겠다’ 하고 말했다.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 시계가 바로 내가 결혼선물로 받은 스위스 산 ‘Rado’시계인데 둥근 모양에
검은 바탕과 숫자 아닌 작대기 모양으로 시간이 표시되어 있고 날자가 나타나며 시,분,초침이 제 자리에 장착되어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은빛
시계이다. 방수처리가 되어 있어서 물속에 집어 넣어도 아무런 이상이 없는 시계다. 모르긴해도 장모님은 좀 더 값진 시계, 이름 있는 시계를 맞사위에게 사주고 싶었던 모양이었지만 시계란 시간만 잘 맞으면 되는 것이지 값이 비싸고 싼 것은 별로 문제가 안된다는 생각을 나는 갖고
있었다.
나로서는 귀하게 기르신 따님을 데려오는 것만도 참으로 감사한데 내가 뭐 잘난데 있다고 값비싸고 이름난 시계를 언감생심 바라겠는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결혼기념 시계인 ‘Rado’시계는 아주 잘 가며 정확히 시간을 알려주었다. 라디오 시보를 들을 때마다 시계를 힐끗보면 틀림없이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시계의 모양이 싫증나지도 않았다.
아마 10 수 년은 좋이 차고 다녔다고 기억된다. 그러면서 흔한게
시계라고 이런 저런 시계가 선물로 들어왔다. 그 가운데 로렉스Rolex
시계도 포함되어 있다.
새것을 차 본다고 결혼시계는 좀 뒤로 밀리는 처지가 되었다. 그렇다고 결혼기념 시계를 누구 줄 수도 없어서 그저 서랍 속에 고이 보관만
하고 있었다.
지난 해 어느날 헬스장에 가면서 잘못하여 로렉스 시계를 주차장 바닥에 떨어뜨렸던 적이 있었는데 그만 몸통이 충격을 받은 탓인지 제
구실을 못하게 되었다. 시계방에 가지고 갈 형편도 되지 않았다. 그냥 버리기가 아쉬워서 역시 서랍 속에 넣아두고 또 다른 시계를 차고
다녔다. 그러다가 이것마저 건전지 약이 다했는지 스톱하고 말았다.
그 때에 서랍 속에 넣어둔 결혼시계 ‘라도’가 생각이 나서 들여다
보니 몇 십년을 차지 않고 두었는데도 시계가 움직이고 있었다. 나
자신도 깜짝 놀랐다. 알고보니 이 시계는 차고 다니기만 하면 저절로
태엽이 감기어서 작동이 되는 시계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그 사이에 손목이 굵어졌는지 시계줄이 짧아졌는지 손목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 꽉 끼이기 때문에 통증을 느낄 정도다. 조금 늘려 보려고도 했지만 이미 끝까지 늘린 상태였다. 시계점에 가서 ‘라도’ 오리지날 시계줄을 살 수 있을까 아니면 아예 가죽띠로 바꿀까 생각하면서도 그나마 시계점에 가는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난감하고 있는데 아내가 ‘로렉스’시계줄을 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비록 로렉스 시계의 몸통은 죽었지만 시계
줄은 멀쩡하였고 또 ‘라도’ 시계줄과도 마침 색깔이 잘 맷치가
되었기 때문에 좋은 생각이라고 하면서 공구를 찾아와서 잠시 손을
보니까 멀쩡한 시계가 되었다.
37년 전에 만난 ‘라도’ 시계는 잘 가니까 좋고 ‘로렉스’ 시계줄은 손목에 꼭 맞으니 좋다.
그래서 내가 붙인 시계이름이 바로 이 두 시계의 합성어 ‘라렉스Ralex.’ 이다.
지금 몇 시인지 말해드릴까요? 정확히 아침 8시 17분입니다.
나는 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는 라렉스 시계를 지금도 잘 차고 다닌다.
< 2005. 6. 5>
오정방
내가 지금 차고 있는 손목시계는 라렉스Ralex시계다. 로렉스Rolex
시계를 잘못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로렉스는 너무 이름난 시계이고 라렉스 시계란 것은 금시초문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럴만한 얘깃거리가 분명히 있고 이것은
아내와 나만 아는 비밀스런 일이기도 하다. 아니 비밀이라고까지 말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자초지종을 얘기 못할 것도 없다고 본다.
전에 DJ와 JP가 서로 연대할 적에 DJP라는 합성어가 탄생한 일이 있었다. 아주 기발한 표현이라고 생각한 적이 있거니와 그와 같이 ‘라렉스Ralex’는 바로 ‘라도Rado’와 ‘로렉스Rolex’의 합성어라는 것을 먼저 밝혀야 얘기가 풀려져 나간다.
‘68년 10월, 나는 결혼 선물로 시계 1점을 받았다. 말이 받은 것이지만 사실은 예비신부와 예비장모님을 따라 시계점에 가서 내가 선택한
시계이다. 그 옛날 서울 종로 2가에 가면 서보양행이라는 시계 및
보석상회가 있었는데 나는 거기 들어서자마자 첫눈에 띈 시계를 보고는 ‘이것이면 되겠다’ 하고 말했다. 5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 시계가 바로 내가 결혼선물로 받은 스위스 산 ‘Rado’시계인데 둥근 모양에
검은 바탕과 숫자 아닌 작대기 모양으로 시간이 표시되어 있고 날자가 나타나며 시,분,초침이 제 자리에 장착되어 있는 지극히 평범한 은빛
시계이다. 방수처리가 되어 있어서 물속에 집어 넣어도 아무런 이상이 없는 시계다. 모르긴해도 장모님은 좀 더 값진 시계, 이름 있는 시계를 맞사위에게 사주고 싶었던 모양이었지만 시계란 시간만 잘 맞으면 되는 것이지 값이 비싸고 싼 것은 별로 문제가 안된다는 생각을 나는 갖고
있었다.
나로서는 귀하게 기르신 따님을 데려오는 것만도 참으로 감사한데 내가 뭐 잘난데 있다고 값비싸고 이름난 시계를 언감생심 바라겠는가
하는 생각도 없지 않았다.
결혼기념 시계인 ‘Rado’시계는 아주 잘 가며 정확히 시간을 알려주었다. 라디오 시보를 들을 때마다 시계를 힐끗보면 틀림없이 정각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리고 시계의 모양이 싫증나지도 않았다.
아마 10 수 년은 좋이 차고 다녔다고 기억된다. 그러면서 흔한게
시계라고 이런 저런 시계가 선물로 들어왔다. 그 가운데 로렉스Rolex
시계도 포함되어 있다.
새것을 차 본다고 결혼시계는 좀 뒤로 밀리는 처지가 되었다. 그렇다고 결혼기념 시계를 누구 줄 수도 없어서 그저 서랍 속에 고이 보관만
하고 있었다.
지난 해 어느날 헬스장에 가면서 잘못하여 로렉스 시계를 주차장 바닥에 떨어뜨렸던 적이 있었는데 그만 몸통이 충격을 받은 탓인지 제
구실을 못하게 되었다. 시계방에 가지고 갈 형편도 되지 않았다. 그냥 버리기가 아쉬워서 역시 서랍 속에 넣아두고 또 다른 시계를 차고
다녔다. 그러다가 이것마저 건전지 약이 다했는지 스톱하고 말았다.
그 때에 서랍 속에 넣어둔 결혼시계 ‘라도’가 생각이 나서 들여다
보니 몇 십년을 차지 않고 두었는데도 시계가 움직이고 있었다. 나
자신도 깜짝 놀랐다. 알고보니 이 시계는 차고 다니기만 하면 저절로
태엽이 감기어서 작동이 되는 시계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그 사이에 손목이 굵어졌는지 시계줄이 짧아졌는지 손목에 맞지 않는 것이 아닌가. 꽉 끼이기 때문에 통증을 느낄 정도다. 조금 늘려 보려고도 했지만 이미 끝까지 늘린 상태였다. 시계점에 가서 ‘라도’ 오리지날 시계줄을 살 수 있을까 아니면 아예 가죽띠로 바꿀까 생각하면서도 그나마 시계점에 가는 시간을 내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난감하고 있는데 아내가 ‘로렉스’시계줄을 끼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했다. 비록 로렉스 시계의 몸통은 죽었지만 시계
줄은 멀쩡하였고 또 ‘라도’ 시계줄과도 마침 색깔이 잘 맷치가
되었기 때문에 좋은 생각이라고 하면서 공구를 찾아와서 잠시 손을
보니까 멀쩡한 시계가 되었다.
37년 전에 만난 ‘라도’ 시계는 잘 가니까 좋고 ‘로렉스’ 시계줄은 손목에 꼭 맞으니 좋다.
그래서 내가 붙인 시계이름이 바로 이 두 시계의 합성어 ‘라렉스Ralex.’ 이다.
지금 몇 시인지 말해드릴까요? 정확히 아침 8시 17분입니다.
나는 세계에서 하나 밖에 없는 라렉스 시계를 지금도 잘 차고 다닌다.
< 2005. 6.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