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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방의 봄春 시 묶음(총 20편/발표순)


  1. 입춘(2001. 2. 4)
  2. 어느 봄소식(2001. 3. 22)
  3. 봄비(2001. 3. 28)
  4. 봄에 웬 겨울이(2002. 2. 22)
  5. 춘삼월에 내리는 눈(2002. 3. 7)
  6. 저기 봄이란 놈 좀 봐(2002. 3. 10)
  7. 새봄을 맞기 전에(2003. 2. 3)
  8. 입춘무렵(2003. 2. 4)
  9. 봄비가 오신다(2003. 2. 15)
10. 우수雨水를 보내며(2003. 2. 19)
11. 경칩驚蟄(2003. 3. 6)
12. 꽃(2003. 3. 17)
13. 봄마중(2003. 3. 18)
14. 목련木蓮(2003. 4. 1)
15. 입춘소식(2005. 2. 1)
16. 맑고 푸른 하늘에(2005. 3. 10)
17. 춘우야곡春雨夜曲(2005. 4. 2)
18. 입춘立春에게 묻다(2006. 2. 4)
19. 봄에 내린 눈(2006. 2. 25)
20. 봄날 뒷뜰에서(2006. 3. 4)




1. 입춘


                                     오  정  방



아직도
겨울은 그대로 머물러 있다
산마루에도
계곡에도
들판에도
그 잔해가 늑장을 부리고 있다
겨울 속의 봄인가
봄 속의 겨울인가

간단없는 시간은
누구도
거꾸로 돌릴 수 없다
이미
봄은 문턱을 넘어 왔다
지필묵을 준비 못해
'입춘대길'은
마음에만 새긴다

                   <2001. 2. 4>





2. (시조)어느 봄 소식

                                     오  정  방

동트자 이른 봄이
창문을 두드리네

앞뜰에 매화 목련
앞다투어 피어나고

하늘엔
봄 새 한 쌍이
춤을 추며 지나네



겨유 내 벌거벗고
참고 견딘 저 나무들

새 세상 만났다고
초록 옷을 갈아입네

땅 위엔
새싹에 밀려
가슴 여는 소리들



오늘은 친구에게
엽서 한 장 띄우리라

회갑을 맞을 동갑
지난 감회 어떠한지

아직도
청춘이라고
헛기침을 하려나


                   <2001. 3. 22>


3. 봄비

                                     오  정  방


봄비가 오신다
반가운 봄비가
숨죽이며 오신다

온갖 수목들
봄비로 목욕하며
고스란히 그대로 서있다

하염없는 저 봄비
하마
깊이 깊이 대지를 적신다

어느 듯
마음마저 젖어드는
봄비 오시는 오후

              <2001. 3. 29>





4. 봄에 웬 겨울이

                                       오  정  방


봄은 분명 왔으되
이 아침은 봄같지 않으니
춘래불사춘이 분명하구나

한 겨울에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찬바람 곁들인 싸쌀한 날씨는
마치 시베리아 벌판같구나

지구가 드디어 몸살을 앓는가보다
지구가 인간때문에 중병이 들었나보다
그 때, 바로 그 때가 점점 가까워 오는가보다

                               <2002. 2. 22>


5. 춘삼월에 내리는 눈
              
                                       오  정  방


입춘 우수 경칩도 다 지나가고
하루 하루 봄은 깊어만 가는데
이 무슨 뜻밖의 기분 좋은 선물인가
하늘에서 지금
흰 눈가루, 흰 눈가루가
품을 추면서 쏟아지고 있다
아주 짧은 시간동안
지난 번 첫 눈 올 때 말하지 못한
‘오는 겨울에 다시 만나자’라는
아쉬운 그 작별인사 한마디
뒤늦게 재빨리 전해주고
날리는 저 흰 눈가루들은
대지에 닿기가 무섭게
바람같이 순식간에 사라져 간다

                       <2002. 3. 7>






6. 저기 저 봄이란 놈 좀 봐

                                        오  정  방


저기 저 봄이란 놈 좀 봐
이맘 때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저 모습 좀 봐

아지랑이 가물가물 피어오르고
돋아난 새싹들 고개쳐드는 것 좀 봐

날으는 새들의 날개가 저토록 가볍고
여인네들의 옷색깔 화사하게 바뀐 것 좀 봐

다 죽은듯한 벚꽃나무에 물이 오르더니
분홍빛 꽃망울 저렇게 벙그는 것 좀 봐

미풍이 이렇게 상큼하고 하늘은 맑은데
봄 속을 거니는 내마음 싱수생숭한 것을 좀 봐

                                  <2002. 3. 10>



7. 새봄을 맞기 전에

                                        오  정  방

벗어버리자
겨울의 무겁고 낡은 코트들

씻어버리자
아직도 용서치 못한 철지난 앙금들

털어버리자
질투와 아집과 교만의 찌꺼기들

잊어버리자
새출발을 가로 막는 무익한 선입견들을

                              <2003. 2. 3>


8. 입춘무렵

                                       오  정  방


산등성이엔
아직도
하얀 겨울이 서성이는데

저 계곡엔
벌써 졸졸졸 봄이 흐르고

텅 빈 호수엔
상기도
멍든 얼음이 다 풀리지 않았는데

뉘 집 뜨락엔
하마 도란도란 매화 벙그는 소리

                              <2003. 2. 4)



9. 봄비가 오신다

                                          오  정  방


봄비가 오신다
겨울에 내리던 비
봄에도 오신다

새싹을 틔우려고
새순을 터치려고
봄비가 오신다

겨우내
눈 한 번 받아보지 못하고
오늘도 봄비를 맞는다

                 <2003. 2. 15>



10. 우수雨水를 보내며

                                      오  정  방


날씨도 땅도 풀리고
강도 호수도 풀리고

사상도 이념도 풀리고
미움도 갈등도 풀리고

원한도 증오도 풀리고
복수도 전쟁도 풀리면

봄도 봄같은 계절을
맞을 수 있을터인데

낙원같은 세상이
건설될 수 있을터인데

평화론 지구촌이
이룩될 수 있을터인데…

오늘은 우수憂愁가운데
우수雨水를 보낸다


                     <2003. 2. 19>


11. (시조)경칩驚蟄

                                   오  정  방


우수와 춘분 사이
지는 듯 조을더니

드디어 때가 되니
기지개 펴며 깬다

지구를
들어올리는
우렁차다 저 소리

                        <2003. 3. 6>


12. (이장시조) 꽃

                                   오  정  방


견딜 수 없겠기로
피어서 보이건만

봉오리
지고 난 뒤엔
생각조차 하올지

                         <2003. 3. 11>


13. (이장시조) 봄마중

                                   오  정  방


눈부신 날씨로다
마음조차 설레는데

어디쯤
다가왔는지
찾아나선 봄마중

                         <2003. 3. 18>



14. (시조)목련木蓮

                                       오  정  방


겨우내 벗은 나무
죽은 듯 살아나서

순결을 증명하러
꽃부터 피우더니

뒤늦게
잎새 돋아나
낙화흔적 감추네

                            <2003. 4. 1>


15. 입춘소식

                                 오  정  방


일찌기 겨울이 깊어지던 가운데서도
계절의 봄은 서서히 다가서고 있었다
차가운 겨울의 껍질을 인내하던 나무들도
뿌리로부터 푸른 지하수를 쉼없이 퍼올리고 있었다
눈이 되지 못한 겨울비 속에 봄비 더불어 내리고
매서운 삭풍 불어올 때 봄바람도 섞여 불었느니
차츰 차츰 겨울은 남몰래 시들어 가고
봄기운이 하나 둘 손끝에 감지되어 온다
시야에 보이지 않던 사물들이 보여지고
귓가에 들리지 않던 소리조차 들려온다
님은 돌아누워 꿈쩍도 않는데
하마 봄은 성큼 대문앞에 당도했다
누가 절로 불어오는 바람을 막을 수 있으랴
누가 절로 찾아오는 계절을 내칠 수 있으랴

                              <2005. 2. 1)


16. 맑고 푸른 하늘에

                                   오  정  방



마치 여름같은 봄날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푸른하늘에
철鐵새 한 마리 날아간다
아무리 잘 날 수 있는 새도
거기까진 못오를
그만큼 높고 먼곳이라
비행음飛行音도 들리지 않는다
다만
나 여기 지나간다 하고
복;좋게 비행운飛行雲을 그으며
시선을 끄는 맨 앞쪽에
비비새보다 더 작게 보이는
가물가물거리는 물체
신기하다 바라보던 태양도
잠시 비켜서주는 가운데
봄은
저 비행기보다
더 빠르게 날아가고 있다.

                         <2005. 3. 10>




17. 춘우야곡春雨夜曲

                                 오  정  방


봄에 내리니까 봄비랄까
밤에 오시니가 밤비랄까
봄비 이 밤에 어떤 사연으로
하염없이 저토록 내린단 말인가

공중의 얼음덩이 녹는걸까
하늘의 눈물샘이 터진걸까
밤비 이 봄에 무슨 까닭으로
끊임없이 이토록 오신단 말인가

                            <2005. 4. 2>


18. 입춘立春에게 묻다

                                   오  정  방


‘춘래불사춘’이라 하드니
봄이 왔다해도 봄같지 않구나

겨울 속의 봄인가
봄 속의 겨울인가

가면 오고 오면 또 가나니
오면 가고 가면 또 오나니

겨울을 비집고 찾아온 봄,
자연의 시간표를 누가 돌리랴

임자여, 먹물을 준비해줘
‘입춘대길’이라 써붙여야겠거든?

                              <2006. 2. 4>


19. (시조) 봄에 내린 눈
                                        
                                 오  정  방


계절을 잘못 짚어
봄철에 내리는 눈

사방을 둘러보며
살며시 착지하나

봄날은
어쩌지 못해
고대 녹고 말더라

                          <2006. 2. 25>


20. 봄날 뒷뜰에서

                                      오  정  방


내가 생각하기에도
해도 너무 했던 것 같다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로되
너무 무관심 했단말 족히 들을만 하다

창너머로 바라만 보았을 뿐
이렇게 뒷뜰을 밟아 본 것이 얼마만인가

지난 번 비 그친 날로부터 역산하여
40일 사이에 비온 날이 35일이었다니
이것이 조그만 변명이 될지 모르겠다

반짝 날씨가 개인 주말 오후시간
작심하고 뒷뜰에 나섬은
해묵은 낙엽더미를 치우고
잔디사이로 삐죽 삐죽 돋아난
민들레를 솎아 내고자 함이었다

잠자코 있던 뒷뜰이
기지개를 켜며 내게 말을 걸어 온다
‘댁은 뉘시오,
우리 주인장은 못보셨소?’
너스레냐 빈정거림이냐 지극한 반가움이냐

열매조차 제대로 못 달아낸 사과나무 한 그루가
한 쪽에서 아직도 앙상한 몸을 들어낸 채
고개를 기웃거리며 동감이라도 하듯 씩 웃고 있다

                                <2006. 3.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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