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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방의 하늘天과 강江과 바다海 시 묶음(총25편/발표순)

1.(시조) 청산벽해靑山碧海 (1999. 10. 17)
2.(시조) 고향바다(2000. 3. 19)
3.(시조) 춤추는 바다(2000. 8. 7)
4.다뉴브강의 추억(2000. 8. 20)
5.독도, 그리고 그 쪽빛 바다(2001. 3. 7)
6.바다여, 바람이여!(2001. 11. 2)
7.갈매기는 왜 바닷가를 나르는가?(2002. 1. 15)
8.바다 앞에서, 바람 앞에서(2002. 1. 20)
9.수평선(2002. 1. 21)
10.바닷가에 집을 지을 땐(2002. 1. 22)
11.고향, 그 바닷가를 날고 싶다(2002. 6. 21)
12.추억의 강변교실(2002. 6. 26)
13.푸른 하늘은(2002. 7. 16)
14.밤바다(2002. 7. 25)
15.(시조)가을하늘(2002. 10. 6)
16.(시조)가을바다(2002. 10. 8)
17.(이장시조)창천蒼天(2003. 3. 25)
18.(이장시조)푸른하늘(2003. 9. 2)
19.(이장시조)저녁강물(2003. 9. 10)
20.맑은 하늘(2003. 9. 28)
21.(시조) 나의 동해송東海頌(2004. 4. 3                            
22.강을 보며, 바다를 보며(2004. 5. 31)
23.바다를 바라보고 있노라면(2004. 6. 2)
24.맑고 푸른 하늘에(2005. 3. 10)
25.가을을 품고 강물은 흐른다(2005. 10. 20)



1.(시조)청산벽해靑山碧海

                                 오  정  방

인간을 버리고
자연을 택하라 하면

나 풍채도 수려한
청산이 되리이다

모든 것
포용하시는
아버지를 닮음이여


청산이 아니고
다른 것이 되라하면

나 기품도 청아한
벽해가 되리이다

온갖 것
용납하시는
어머니와 같음이여

                           <1999. 10. 17>


2. (시조) 고향바다

                                    오  정  방


이역만리 타국에서
내고향 생각할 때

비취빛 그 바다가
눈 감으니 보이시네

동해의
일출광경은
그릴수록 신비하다


수평선 넘나들며
갈매기 춤을 출 때

헤엄치고 조개 줍고
돌팔매 겨루었던

동무들
그 뒷소식이
오늘따라 사무친다


창파에 돛단 배가
그림처럼 지나갈 때

딍굴고 씨름하던
새하얀 그 모랫벌

동심의
어린시절을
하마 어찌 잊으리

                               <2000. 3. 19>


3. (시조) 춤추는 바다

                                       오  정  방



서해를 바라보며
한가로이 거닐 적에

해변의 저녁바람
한여름도 서늘하다

석양은
미소를 머금고
저녁놀을 수놓네          


해 지는 저 바다 너머
해 돋는 나의 고향

꿈꾸는 산천경개
보고 싶은 동기간들

바다가
큰 춤을 추며
나그네를 달래네

                    <2000. 8. 7>



4. 다뉴브강의 추억

                                    오  정  방


길고, 길고, 길어서
여덟 나라를 거쳐
유유히 흘러가는 다뉴브강

그 강을 사이에 두고
한쪽으론 고도인 부다와
다른 한쪽으론
신도시인 페스트가
함께 합병하여 이룬
항가리의 수도 부다페스트
'작은 파리'란 별명을 가진
바로 그 부다페스트를 만나
마침내 절경을 만들어 낸
아름다운 다뉴브강

얼마나 많은 연인들이
너를 바라보며 사랑을 속삭였으며
얼마나 많은 시인들이
너 앞에서 찬가를 불렀던가

나 또한
너 다뉴브강을 바라보며
'강중의 강'이라고
최대의 찬사를 더 보태려고
강물처럼 흘러 흘러
여기까지 왔느니

                                <2000. 8. 20>

*필자는 1983년 국제어 에스페란토세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항가리 부다페스트를 방문했다.


5. 독도, 그리고 그 쪽빛 바다
                                   오  정  방


내가 찾아간 그 독도는
가을날 성장한 여인처럼
쪽빛 바다를 치마처럼 두르고
흰 갈매기를 벗삼아
초연히 살고 있었다

햇살은 물 속을 깊이 파고들어
엑스레이처럼 환히 비춰주고
해초들 춤추는 속에
이름 모를 물고기 떼가
한가롭고 평화로이 노닌다

눈부시게 쏟아지는 태양도
잠시 오수를 즐기던 한낮
맑디맑은 푸른 바다에
잠시 손발을 담그고
수줍은 채 서로 체온을 나눈다

차고 차매 시린 손을 뽑아
얼른 들여다보니
어머나
그 새
손등에 쪽빛 물이 들었다

                           <2001. 3. 7>

*필자는 1969년 9월 2일 처음으로 한국산악회
국토순례대원 27명과 함께 독도를 상륙했다.



6. 바다여, 바람이여!

                                   오  정  방


미처 떨구지 못한 잎새들
임종이 눈앞인데
나뭇가지 끝에 놀던 미풍마저
남기지 않고
바람은
다 바다로 몰려갔구나

저로 인하여
바다는 출렁거리되
결코 넘치지는 않나니

참으로 넉넉한 바다,
호수보다 낮고 강보다도 더 낮은
바다는
나의 좋은 친구

진실로 부드러운 바람,
쉴곳도 머물곳도 없는
바람은
나의 좋은 친구

                         <2001. 11. 2>



7. 갈매기는 왜 바닷가를 나르는가?

                                     오  정  방


썰렁한 겨울바다 앞에 섰다
흰 갈매기 두어 쌍
기웃 기웃 눈을 부릅뜨고 지나간다
갈매기는 왜
바닷가를 나르는가
봄, 여름, 가을없이
이 추운 겨울에도
갈매기는 왜 바닷가를
저렇게 맴도는가
차디찬 바닷물
들명나명 백사장을 씻어 내리는데
어제 찍어둔 제 발자국을 찾느라
저 갈매기는 오늘도
바다 주위를 떠나지 못하고 있나보다

                               <2002. 1. 15>


8. 바다 앞에서, 바람 앞에서            

                                    오  정  방


나는
바람 난 것이 분명하다

등을 마구 떠밀어 대는
바람에 못이겨서
아니 저 혼자 떠나는 바람을
행여 놓칠세라 숨가쁘게 뒤따라와서
마침내 나도 바다 앞에 이르렀다
겨울바다는
이미 많은 바람과 더불어
한 바탕 큰 씨름을 끝냈고
아직도 숨을 가라앉히지 못한 채
다시 다가 선
새로운 바람을 맞이하고 있다

나도
바람난 것이 틀림없다

                        <2002. 1. 20>

9. 수평선
  
                                오  정  방



하늘이 바다에 빠졌는지
바다가 하늘에 치솟았는지
저들은 헬 수 없는 태고 적에 만난 이래
여태껏 운우를 같이하고 있다

이 밤도 바다는 잠 못 이루고
하이얀 거품만
뭍으로 뭍으로
한 없이 토해내고 있다

호텔 방 창문 틈을 비집고 들어와
귓전을 마구 때리며 몸부림 치는
저 밀려오는 파도 소리에
나는 간 밤에 잠을 설쳤다

                       <2002. 1. 21>


10. 바닷가에 집을 지을 땐

                                       오  정  방


바닷가에 집을 지을 땐
바다를 향해
반드시
큰 창 하나쯤 낼 일이다

낮에 보는 푸른바다도 좋으려니와
밤에 보는 흰 파도도 싫지 않으리
춤추는 갈매기도 한 폭 그림이려니와
유리창 때리는 큰 비 소리도 음악같구나

누가 바다를 보았는가
시인이 만나면 시가 되고
화가가 만나면 그림이 되고
음악가가 만나면 노래가 되는 것을

                           <2002. 1. 21)
                           태평양 연안 링컨시티에서






11. 고향, 그 바닷가를 날고 싶다

                                      오  정  방

나는
고향을 너무 멀리 떠나온
한 마리 해 묵은 갈매기

훨훨 날기보다
천천히 걷기에 익숙해진
날개 접은 한 마리의 갈매기

이젠 날고 싶다
쉼없이 철석대는 파도소리를 들으며
고향, 그 바닷가를 날아보고 싶다

                      <2002. 6. 20>





12. 추억의 강변교실
           -6. 25 한국전쟁 52주년을 보내며

                                                     오  정  방


6. 25 사변은 한국전쟁으로 바뀌었고
국민학교는 명칭이 초등학교로 변경되었다
20세기는 세월의 흐름으로 21세기가 되었고
10대의 소년도 세월따라 60대의 노년이 되었다

이맘 때면 점점 가까이 다가서는 아련한 추억 하나
꿈같은 강변교실이
세상사로 꽉 찬 머리 속에 떠올라
감고 있는 눈 앞에 그림처럼 펼쳐진다

전쟁의 참화로 장엄했던 학교건물 잿더미가 되고
겨우 그늘을 만들 수 있었던 가교사는
하늘을 더 가릴 수 없어
비만 오면 빗물이 책상을 적시곤 했다

담임선생님은 좋은 날씨가 오기를 기다려
꾸불꾸불한 논두렁을 걸어서 강뚝을 지나
강변 키 큰 소나무 그늘을 찾아
즉석 교실을 학교처럼 꾸미신다

구구단도 줄줄 외우고
무지개 색깔도 술술 외우고
공부 반 놀이 반인데도
머리에 쏙쏙 들어온다

하교길엔 시냇물에 뛰어들어가
팬티속으로 들어오는 피라미를 잡던 일
몸을 뒤틀며 달아나는 미꾸라지를 억지로 잡던 일
함께 이 추억을 가진 동무들이 오늘 보고프다

                                     <2002. 6. 25>

*필자의 모교인 울진국민(초등)학교는
6. 25한국전쟁으로 학교건물이 전소,
한동안 가교사에서 수업했고  나는
이 학교 39회 졸업생이다.




13. 푸른 하늘은

                                     오  정  방


푸른 저 하늘은,
그림을 그리고 싶은 사람에겐 도화지
곡보를 적고 싶은 사람에겐 오선지
글씨를 쓰고 싶은 사람에겐 화선지
시시를 짓고 싶은 사람에겐 원고지

오늘은
저 하늘에 그림 한 폭 그리고 싶다

                          <2002. 7. 16>


14. 밤 바다

                                    오  정  방


문우들과 뒷풀이로 찾아간 밤 바다
비릿한 바닷내음 코끝을 자극한다

춤추는 밤파도를 보고자 하였으나
바다도 잠들었는지 잠잠하기만 하다

등대도 꾸벅 꾸벅 졸고 았는 한 밤중
밤을 잊은 낚시꾼들 물고기와 씨름하고

못다한 이야기 꽃 다 피우지 못한 채
달 빛을 등에 지고 여사로 돌아 선다

                           <2002. 7. 20>




15. (시조) 가을하늘

                                      오  정  방


높기도 하려니와
푸름은 쪽빛같고

넓기도 하거니와
맑기는 명경일세

하늘을
우르러 보며
지순至純을 배우네

                     <2002. 10. 6>


16. (시조) 가울바다

                                       오  정  방


갈매기 넘나드는
시월의 가을바다

파도는 철석이고
가슴은 쿵쿵대고

아득한
수평선 위로
흰구름이 솟는다

                    <2002. 10. 8>


17. (이장시조) 창천蒼天

                                       오  정  방


동북쪽 아침하늘
유달리 신선하다

봄하늘
맑고 푸름에
풋내음이 감돈다

                     <2003. 3. 25>



18. (이장시조) 푸른 하늘

                                     오  정  방


흰 구름 한 점 없는
가을날 높은 하늘

마알간
푸른 하늘에
시를 쓰는 이 마음

                                 <2003. 9. 2>


19. (이장시조) 저녁 강물

                                     오  정  방


어둠이 강물 위에
살며시 내려 앉자

달리던
도도한 물줄기
몸을 한 번 뒤척이네

                                 <2003. 9. 10>


20. 맑은 하늘

                                    오  정  방

고궁 뜰에
지금 막 펼쳐놓은
깨끗한 캔버스처럼
티없이 맑은 하늘이다
그대는
물감을 찍어
저 하늘에 그림을 그리라
나는
붓을 들어
시제詩題를 적으리라

                                  <2003. 10. 28>


21. (시조) 나의 동해송東海頌

                                     오  정  방


푸른 물 넓은 바다
가슴이 탁트인다

산뜻한 바닷바람
코끝을 자극하니

여기가
동해로구나
고향집이 멀잖네


수평선 저너머로
태양이 불끈 솟아

천지를 찬란하게
골고루 비춰주니

동해는
넉넉한 바다
어머니를 닮았네

                              <2004. 4. 3>

*필자의 고향은 경상북도 울진이다.



22. 강을 보며, 바다를 보며

                                        오  정  방


산을 쳐다보는 것보다 더한 마음으로
강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산에는 강이 없지만
강 속에는 산도 있으니까

하늘을 쳐다보는 것보다 더한 마음으로
바다를 유심히 바라본다
하늘에는 바다가 없지만
바다에는 하늘도 있으므로

                               <2004. 6. 1>


23.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말입니다

                                        오  정  방


바다,
넓은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말입니다
막힌 가슴이 뻥 뚫립니다
고향바다는 더욱 그러합니다

바다,
푸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말입니다
띵한 머리가 확 풀립니다
동해바다는 더욱 그러합니다.

                                 <2004. 6. 2>


24. 맑고 푸른 하늘에

                                        오  정  방


마치 여름같은 봄날
구름 한 점 없는
맑고 푸른 하늘에
철鐵새 한마리 날아간다
아무리 잘 날 수 있는 새도
거기까진 못 오를
그만큼 높고 먼곳이라
비행음飛行音도 들리지 않는다
다만
나 여기 지나간다 하고
보기좋게 비행운飛行雲을 그으며
시선을 끄는 맨 앞쪽에
비비새보다 더 작게 보이는
가물가물거리는 물체
신기하다 바라보던 태양도
잠시 비켜서주는 가운데
봄은
저 비행기보다
더 빠르게 달아나고 있다

                               <2005. 3. 10>

*철鐵새:비행기



25. 가을을 품고 강물은 흐른다

                                      오  정  방


깊은 가을에 들어서며
산하가 고운 단풍으로
저토록 불타고 있다
강에 비친 울긋불긋 그 단풍들이
물속에서도 꺼지지 않고
활활 타고 있다
일렁이는 물결따라
불은 점점 길게 번지는데
뜨거운 가을을 품고도
강물은 마냥 즐거운 듯
라라라 콧노래를 브르며
아래로 아래로 흘러가고 있다

                             <2005. 10.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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