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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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만 지나면 조금 한가해지겠지, 기대하는 심정으로 새해를 맞았는데 1월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있다. 작년에도 그랬다.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닌가 조바심 내보기도 하지만, 필연에 무게를 두니 대부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중 가슴 뿌듯한 일 하나를 꼽으라면 교회 식당 밥 짓는 봉사다.

토요일 아침 새벽 예배 후 부엌으로 직진해서 20파운드짜리 쌀 봉지들을 꺼낸다. 봉지 위를 풀거나 잘라 큰 양푼이에 쏟아 놓고 수돗물을 튼다. 중금속이 섞여 있을 수도 있으니까 깨끗하게 씻어야 한다는 의견과 대충 씻어도 된다는 의견이 있지만, 부엌일에 일가견이 있는 권사님의 말을 좇아 깨끗하게 씻는 편을 택했다. 바퀴 달린 카트 위에 엄청나게 큰 냄비를 올려놓고 씻은 쌀을 퍼담아 냉장고로 밀어 넣는다. 1~3부 예배 시간에 맞춰 세 차례 밥을 지어야 하므로 미리 씻어 준비해 두는 것이다.

주일 이른 새벽, 먼저 1부를 위해 세 개의 커다란 밥솥에 망을 깔고 바가지로 쌀을 퍼 넣고 정수기 물을 붓는다. 질지도 되지도 않은 밥을 짓기 위해 손을 펴 이쪽저쪽을 왔다 갔다 하며 물의 양을 가늠한다. 됐다, 싶으면 망으로 쌀을 감싸 안듯 덮고 뚜껑을 닫은 후 솥 아래 장착된 두 개의 스위치를 동시에 눌러 가스 불을 켠다. 따닥 소리와 함께 구멍 사이로 불빛을 확인하고 오가며 밥이 익어가는 밥솥에 마음을 둔다. 솥에서 방금 퍼낸 밥 냄새, 밥에서 피어오르는 하얀 연기 사이로 아련한 그리움이 솔솔 피어오른다.

'밥상머리 추억'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말도 있듯이, 우린 밥과 함께 성장했다. 이땅을 떠난 사람과 남아있는 사람이 함께 출연하는 가장 따뜻한 무대, 밥을 먹으며 나누었던 이야기나 밥과 관련한 대화를 떠올리며 웃음 지을 때가 있다. 난 정말 보리밥이 싫었다. 아버지와 오빠 밥은 하얀 쌀밥이고 우리 딸들은 쌀이 보일락말락한 보리밥, 엄마는 쌀이 전혀 없는 꽁보리밥이었다. 어린 나는 쌀이 적게 섞인 것에 수시로 불평했다. 보리밥이 쌀밥보다 입맛이 거칠기도 했지만, 방귀가 잦은 것이 더 싫었다. 마침 방귀가 나오길래 '신체건강이가 잘 안될라 칸다~' 하며 울상을 지었다. 나는 정말 심각했는데, 그 말을 들은 엄마 아버지가 '하하하' 웃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내가 아는 대부분의 한국교회는 식사를 제공하는 것 같다. 교회에서 먹는 밥은 특별하다. 예배시간이 달라 대면이 어려울지라도 한 식구가 되는 것이다. 혼자 밥 먹는 '혼밥'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퍼지는 세상에 소박한 밥 한 끼로 삶을 함께하는 것이다. 한국인인 우리가 미국까지 와서 일주일에 한 번 같은 말씀 듣고 같은 밥 먹는 사이, 쉽지 않은 인연이다. 식판을 들고 줄을 서서 담소를 나누는 사람들, 식탁에 앉아 활짝 핀 표정으로 조잘대는 사람들, 밥 앞에 찡그리는 얼굴은 드물다.

환절기에는 돌아가시는 분이 많다는 말도 있지만, 그래서 그런지 1월 들어 슬픈 소식이 더 많이 들린다. 같은 밥 먹던 사람들의 떠남은 어떻게 사는 것이 잘사는 것인지 새삼 돌아보는 계기가 된다. 모두 밥 맛있게 드시고 건강하시기를, 새해 새 봉사자들의 섬기는 손길에 축복 가득하기를 기원한다.



미주 중앙일보 < 이 아침에> 2017.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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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uck 2017.01.20 01:45

    “밥 한번 먹자”

    우리가 인간관계 속에서 빈말을 하는까닭은


    순간을 모면하려는 사회적 습관이라고들 말하는데


    그래서 습관을 바꾸려면 마음을 바꿔야 하지않을까 하는 생각이듭니다

     

    한번약속을 깨는것보다는 열번 거절이 더 좋지않을까  생각이 드네요.



    겨을폭풍에 행복한 주말되시기를 !


  • 오연희 2017.01.20 02:09
    선생님...
    안녕하세요?
    저는 제가' 밥한번 먹자' 했으면 거의 지키는 편이에요. ㅋ
    근데 선생님께서 댓글에 올린 사진이 안뜨네요.
    수정에 들어가서 사진을 새로 올리거나 삭제하거나 해야 할 것 같아요.
    댓글 오른쪽 위에 마우스를 갖다대면 '수정'이 나오거든요.
    감사합니다.^^
  • Chuck 2017.01.20 07:32
    새벽 아침 수와 진

    나는 나는 불꽃이 되어 대지위에 자라고,

    너는 너는 이슬이 되어 나의 모습을 적신다.

    우리들이 만나는 날은  안개가 낀 이른 새벽아침,
    너의 이슬이 나~를 적실때
    나는 기쁨의 눈물을 흘린다...!

    나는 나는 불꽃이 되어 대지위에 자라고,
    너는 너는 이슬이 되어 나의 모습을 적신다.

     

    나는 나는 갈대가 되어 너를 기다리고,
    너는 너는 이슬이 되어 나의 모습을 찾는다...!

    우리들이 만나는 날은 안개가 낀 이른 새벽아침,
    너의 이슬이 나~를 적실때 
    나는 기쁨의눈물을 흘린다.

    나는 나는 갈대가 되어 너를 기다리고,
    너는 너는 이슬이 되어 나의 모습을 적신다...!

     

    2368443F5881E0A2258791


    "https://www.youtube.com/embed/I7YJSsewvZY" 

  • Chuck 2017.01.22 02:20
    시간, 인생 

                                             

    시간은 끝없이 흘러가는 강물, 
    시간은 끝없이 퍼져가는 노래, 
    시간은 영원을 싣고가는 돛단배, 

    우리는 무정한  이 시간이라는 이 배를타고 이곳에 왔는데, 
    배에 남은것은 그리움과 반짝이는 사랑의 별들뿐, 
    함께 탓던 미움들이랑은, 
    바람타고 떠나가는 저 구름과 같이, 
    자취를 감추었도다. 

    시간은 영원의 바다, 
    저 허공을, 수평선에서 수평선으로, 
    끝없이 여행하는 배, 
    너 와 나, 그리고 저 별들은 잠간 여행길에 나선 여행객들, 
    우리는 순례자, 우리는 방문객들, 

    우리는 도착지가 결정된 사람들, 
    우리는 끝없이 흘러가는 강물 쫓아서, 
    우리는 끝없이 퍼져가는 노래에 합창해서, 

    우리는 뒤에 남기고 온 그리움과 사랑의 별들, 줏어가면서, 
    미움이랑 뒤에 영영 남겨놓고, 
    우리의 데스티네이숀, 
    우리의 아름다운 항구를 꿈꾸며, 
    즐겁게 노래하며, 합창하며, 
    쿠루즈 하면 되는것 뿐이외다


    시간이라는 배를 타고와서는 어디론가 떠나는 나그네.

    모래밭에 사랑 미움 그려놓고 떠나는 나그네. 

    이제부터 차는 60 ,70마일로 더 빨리 간다는데요....


    "https://www.youtube.com/embed/AhVRohGdpiQ" 


    "https://www.youtube.com/embed/A4bo4ByFhL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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