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63
어제:
245
전체:
1,329,191

이달의 작가
수필
2022.02.23 20:08

역사 드라마와 대통령 선거

조회 수 133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역사 드라마와 대통령 선거

2020년 봄 코로나19로 모든 여행 계획이 취소되고 집콕이 시작되면서 우연히 보기 시작한 드라마가 ‘삼국지’였다. 끝나고 나니까 이젠 무슨 낙으로 살까 할 정도로 재미있었다. 중국에서 만들어져 KBS에서 더빙으로 방영됐던 95부작 드라마로 현재도 많이 인용되고 있는 고사성어의 역사적 배경이 담겨있어 더 흥미로웠다.  
 
삼국지가 끝난 후 드라마 ‘초한지’를 선택함으로써 중국 역사물을 이어서 보게 되었다. 초한지를 삼국지보다 먼저 봤어야 시대적 흐름을 따라잡기가 쉬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초한지 역시 촬영 규모, 스토리 전개 그리고 출연진의 연기력에 매료되어 컴퓨터 안으로 빨려 들어갈 지경이었다.  
 
이어서 입에 붙은 칭기즈칸 노래가 생각나 조그만 동네 골목대장 같은 친근함으로 드라마 ‘칭기즈칸’을 보게 되었다. 나의 얕은 상식과는 달리 그는 전 세계를 통틀어 가장 땅을 많이 넓힌 군주로, 몽골 제국 초대 대칸이 된 인물이었다. 다음 드라마 ‘와신상담’에서는 ‘장작에 누워 복수를 다짐하고 곰의 쓸개를 핥으며 노력해서 고난을 이겨낸’ 월왕 구천의 서슬 퍼런 인내가 참으로 오싹했다. 하루에 한 회 이상은 안 본다는 규칙을 잘 지키며 코로나 기간을 나름 헛되지 않게 보낸다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문득 내 나라 역사물도 좋은 것이 많을 텐데 싶어 검색을 하게 되었고, 그렇게 찾아낸 드라마가 백제의 영웅 ‘근초고왕’이다. 근초고왕은 백제의 전성기를 이끈 정복 군주임에도 그의 재위 기간 동안의 기록이 없어 ‘일본서기’에 남아 있는 왜곡된 기록을 재구성하는 방법으로 그의 업적을 가늠할 수 있었다니 참으로 씁쓸했다.  

내 나라 역사를 아는 뿌듯함을 이어가고 싶어 ‘광개토태왕’을 보았고 그다음 선택한 드라마가 ‘태조 왕건’이다. 지금까지 본 것 중 다음 호를 가장 기다리게 만드는 흥미진진한 스토리, 특징이라면 극 중 인물이나 장면 중 역사적 기록에 의한 내용인지 혹은 픽션이 가미되었는지 내레이션을 통해 적절히 언급해 준다는 점이다.  

 
총 200부작으로 이제 중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는데 스토리 중심은 궁예이다. 그의 존재감이 얼마나 막강한지 드라마 이름이 ‘태조 왕건’이라는 사실을 망각할 지경이다. 궁예는 신라 경문왕 후궁의 아들로 태어나 정실부인들의 시샘과 권력다툼으로 죽임을 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 한 화랑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지지만 그 과정에서 한쪽 눈을 잃게 된다.  
 
그 후 유리걸식하다가 승려가 되었고 수행자로 깨달음의 경지에 오르고, 미륵 신앙과 초강력 카리스마로 고려를 건국한다. 생불과 같은 인품에 임금으로서 갖춰야 할 냉철한 이성까지 갖춘 궁예의 탄탄대로 같던 왕좌가 아지태라는 망상가의 감언이설에 넘어가면서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한다.  
 
선정을 펼치고 모범을 보였기에 백성들이 미륵이라 칭송했던 것을 잊고, 자신이 참 미륵이라는 망상에 빠진 정신이상자이자 사람을 철퇴로 다스리는 살인마로 변해간다. 이 드라마는 사람이 권력 맛에 물이 잘못들면 어디까지 뻔뻔해지고 잔인해질 수 있는지 실감나게 그려놓았다.  
 
한국 대통령 선거와 맞물려서인지 드라마를 통한 교훈이 새롭다.  

 

미주중앙일보 2022년 2월 19일 [이 아침에] 

?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9 뜨는 별 file 오연희 2023.07.21 184
408 디카시-노을 file 오연희 2023.07.18 142
407 2023 한국일보창간 축시 file 오연희 2023.07.17 110
406 수필 질투는 나의 힘 2 오연희 2022.06.17 187
405 수필 양로병원에서 만난 어머니 2 오연희 2022.06.17 160
404 수필 김밥 이야기 오연희 2022.04.29 178
403 수필 두 개의 생일 기념 사진 오연희 2022.04.05 150
402 수필 자매들의 대통령 선거 열풍 오연희 2022.03.24 151
401 수필 다시, '존 웨인'을 찾아서 2 오연희 2022.03.08 131
» 수필 역사 드라마와 대통령 선거 오연희 2022.02.23 133
399 수필 코로나 시대의 여행 풍경 2 오연희 2022.02.23 156
398 나의 영상시 우연히, 옹녀 2 file 오연희 2021.11.14 140
397 나의 영상시 비오는 날의 잔치- 오연희 작시, 백낙금 작곡 - Bar. 김영민, Piano 이정미 4 오연희 2021.10.21 167
396 나의 영상시 지워지지 않는 이름이고 싶다 오연희 2021.06.17 152
395 나의 영상시 나이테 오연희 2021.05.17 155
394 나의 영상시 황금빛 사막 3 오연희 2021.03.30 157
393 나의 영상시 풀의 역사 3 오연희 2021.03.19 144
392 수필 미스터 션샤인 OST 2 file 오연희 2018.11.14 464
391 수필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용기 오연희 2018.09.26 247
390 수필 존 웨인을 찾아서 오연희 2018.09.26 19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