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오늘:
55
어제:
245
전체:
1,329,183

이달의 작가
수필
2022.03.08 17:47

다시, '존 웨인'을 찾아서

조회 수 131 댓글 2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다시, '존 웨인'을 찾아서

코로나19로 피트니스가 닫히자 오랜 습관이던 수영 대신에 걷기를 시작했다. 동네와 공원을 돌다가 코로나 기간이 길어지자 가까운 비치로 반경을 넓혀갔다. 파도 소리 청량하고 바다 내음 상쾌한 리돈도비치가 아침 걷기 코스 중의 하나가 되었다. 운동 후 밖에서 간단하게 아침을 해결하는 것은 소소한 즐거움이다.  
 
하지만 코로나 기간 동안은 아침 오픈하는 식당이 드물기도 했지만 오픈한 곳도 마음이 불편해서 선뜻 들어가지지가 않았다. 많은 식당이 오픈 시간을 줄였다. 맥도널드조차 오픈 시간을 늦춰 혹시나 하고 갔다가 역시나 하고 돌아서야 했다.  
 
팬데믹이 마침내 엔데믹으로 바뀌면서 요즘 부쩍 밝은 기운이 감돈다. 분위기가 부드러워지면서 식당에서 먹는 것에 스스럼이 없어지고 있다.  
 
아침 비치를 걸은 후 정말 오랜만에 비치 근처, 존 웨인의 친구가 시작했다는 옛 단골 레스토랑을 찾아갔다. 식당 입구 안쪽에는 존 웨인 모형이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손님이 북적거려 정말 이 집은 변함없이 잘 되는구나 중얼대며 우리는 패티오에 자리를 잡았다. 한 종업원이 오랜만에 나타난 우리가 반갑다는 듯 가볍게 어깨를 툭 치며 지나간다. 마실 것과 음식을 주문 받으러 오는 종업원이 순서대로 나타났는데, 둘 다 코로나 발발 전에 보던 얼굴들이다.  

예전에 먹던 음식 그대로 주문할까 하다가 혹시 그동안 변화가 있었을지도 몰라 메뉴판을 요구했다. 그런데 음식 메뉴를 정하며 설마 싶어 다시 들여다보았지만, 음식 가격이 코로나 전 그대로이다. 원래도 그리 비싼 집이 아닌데 가격을 그대로 고수하다니 뭔가 뜻있는 생각을 가진 주인 같아 괜히 고마웠다.  

문득 얼마 전 다녀온 이웃 동네 한 한식당이 떠올랐다. 오른 음식값, 줄어든 음식량, 낯선 종업원들, 손님이 적어 썰렁한 분위기, 그렇게 생각해서인지 주인 부부의 표정도 어두워 보였다. 그렇게 잘 되던 식당이었는데 물가는 오르고 종업원 구하기가 어렵다는 말이 실감난다며 함께 간 친구들 모두 짠한 마음으로 그 식당을 나왔다.  
 
서민 음식으로 불리는 칼국수 한 그릇도 가격이 많이 올라 물가 상승이 예사롭지 않다는 말을 듣는다. 여러 패스트푸드점들이 치솟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음식량을 줄이고 할인 혜택을 축소 내지 종료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존 웨인 친구가 시작했다는 그 레스토랑이 가격을 올리지 않고 버티는 비결이 따로 있는지 나는 모른다. 어쩌면 올리기 직전일 수도 있다. 적절한 선에서 가격을 올리는 것은 어쩔 수 없다지만 음식량과 서비스까지 삼박자가 모두 안 좋은 쪽으로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예전의 활기를 되찾은 주인 부부의 여유로운 웃음을 다시 보고 싶기 때문이다.  
 
남편이 월급생활자였을 때는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자영업을 한 후부터는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졌다. 오지랖이 넓은 사람도 아니고 남의 걱정 떠안고 사는 타입도 아니지만, 장사가 잘되면 괜히 신나고 안 되면 은근 걱정되는 것은 눈에 쉽게 들어오기 때문일 것 같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어려움을 겪는 비즈니스에도 햇살 환하게 비치기를 기원해 본다. 

 

미주중앙일보 [이 아침에] 2022년 3월 7일

?
  • 강창오 2022.03.10 12:15
    존 웨인 친구가 시작했다는 그 레스토랑이 칼국수 식당인가요? 특정 음식이름이 올라있지 않아서 말이죠. ㅎ. 존 웨인의 일화중에, 영화 촬영하다가 잘 안되서 PD 가 Lord's prayer (주기도문)를 한 번하고 다시 시작하자고 하니까 존 웨인이 What's that? (그게 뭐하는건데?) 했답니다.
  • 오연희 2022.03.10 20:52
    설마! 존웨인 친구가 한식당을 했을라구요.ㅎㅎ
    몇 해 전 '존 웨인을 찾아서' 라는 글을 올린적이 있어요. 아래 제 글 391번 이에요.
    읽고 나서 질문 있으면 올려 주세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09 뜨는 별 file 오연희 2023.07.21 184
408 디카시-노을 file 오연희 2023.07.18 142
407 2023 한국일보창간 축시 file 오연희 2023.07.17 110
406 수필 질투는 나의 힘 2 오연희 2022.06.17 187
405 수필 양로병원에서 만난 어머니 2 오연희 2022.06.17 160
404 수필 김밥 이야기 오연희 2022.04.29 178
403 수필 두 개의 생일 기념 사진 오연희 2022.04.05 150
402 수필 자매들의 대통령 선거 열풍 오연희 2022.03.24 151
» 수필 다시, '존 웨인'을 찾아서 2 오연희 2022.03.08 131
400 수필 역사 드라마와 대통령 선거 오연희 2022.02.23 133
399 수필 코로나 시대의 여행 풍경 2 오연희 2022.02.23 156
398 나의 영상시 우연히, 옹녀 2 file 오연희 2021.11.14 140
397 나의 영상시 비오는 날의 잔치- 오연희 작시, 백낙금 작곡 - Bar. 김영민, Piano 이정미 4 오연희 2021.10.21 167
396 나의 영상시 지워지지 않는 이름이고 싶다 오연희 2021.06.17 152
395 나의 영상시 나이테 오연희 2021.05.17 155
394 나의 영상시 황금빛 사막 3 오연희 2021.03.30 157
393 나의 영상시 풀의 역사 3 오연희 2021.03.19 144
392 수필 미스터 션샤인 OST 2 file 오연희 2018.11.14 464
391 수필 '아니오'라고 할 수 있는 용기 오연희 2018.09.26 247
390 수필 존 웨인을 찾아서 오연희 2018.09.26 197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 21 Next
/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