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희의 문학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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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작가
2005.11.30 09:59

별 이야기

조회 수 1007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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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이야기/오연희


학교가 파하면 책 가방 휙 던져놓고

들로 나갔다.

나물 캐고 메뚜기 잡고

가까운 산에 올라 이름 모를

꽃들과 숨바꼭질 했다

양지바른 산등성이 묘지에 엎드려

삐삐 뽑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어둠이 깔리면 귀신으로 둔갑하는

묘지 속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말을 걸어왔다


강에서 빨래를 했다

주위에는 아무도 없었다

홀랑 벗고 들어가 물장구 몇 번 치다가

슬며시 발을 뻗어 보았다

몸을 한껏 내려도 닿지않던 수심

가슴은 철렁 내려앉고 온몸은 뻣뻣했다

해 마다 한명씩 물귀신이 끌고 간다는

그곳에서 살아난 나

첫 죽을 고비를 넘겼다

 

학교 운동장에서 여자

레슬링 시합이 있었다

엉겨 뒹굴던 우람한 여자들의 포효

열광하는 관중들의 함성

초 저녁의 고함소리가 거짓말 같은,

적막조차 감도는 운동장 모래 위에

명옥이랑 나란히 누웠다

하늘 한 귀퉁이 잡아 당기면

와르르 쏟아질 것 같은 별 별 별.............

어디서 얻은 반짝임들일까?


자정이면 묘지 열고 하산하는 할머니 할아버지의 그리움일까?

물귀신이 된 그 아이의 원혼일까?

여자 레슬링 선수들의 기구한 사연일까?


그날 밤

명옥이와 나는 변치 않을 우정을 걸어 두기로 했다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
  • 오연희 2015.08.19 10:19
    김진학 (2005-12-01 16:29:36)

    아련한 기억들... 그리워 지나 봅니다.
    다시는 올 수 없는 사람들... 추억들...

    인생은 너무 짧습니다. 정말....



    김명남 (2005-12-02 07:35:06)

    먼저 왔고마...ㅎㅎㅎ
    몇일 전 메뚜기를 잡아다 후라이펜이 볶았는데 아이들은 도저히 못먹겠다고 해서 나혼자 막었습니다.ㅎㅎㅎ



    오연희 (2005-12-02 15:57:36)

    잊혀지기전에..
    쓰고 싶었던 이야기였어요.
    너무 아름다운 시간들이었어요.
    가끔은...
    눈물이 날만큼...
    전...아니 우린 참..부자에요.
    추억부자..
    부러울게 없을만큼...^*^



    김진학 (2005-12-02 18:25:47)

    ㅎㅎㅎ
    우리 어릴 땐 메뚜기 사이다 병에 잡았지...
    그거 정말 맛 죽이는데.. 아마 우리 아이들도 못 먹지 싶으네... 근데... 친구야... 다음 주에 일산 한번 갈라꼬 한다.. 요새 이빨이 아파서리.. 이제 늙나 보다...ㅎㅎㅎ

    오연희 선생님
    추억부자...
    정말 부러울 게 없심더...
    멋진 날 되이세이...



    오연희 (2005-12-05 16:25:09)

    두분...즐거운 시간 되시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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