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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구하다'는 단어 외에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거친 삶 속에서 성악가의 꿈을 키워 온 22세 청년 최성봉. 그의 '코리아 갓 탤런트' 오디션 출연 유튜브 동영상이 한국뿐 아니라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던 작년 여름을 기억한다.

주요 방송국 및 자선음악회 수차례 출연, 런던올림픽 애국가 제창, 기업체 및 학교 초청강연, 청와대 방문, 미국 4개 도시 공연, 촛불상 수상, 자서전 '무조건 살아 단 한 번의 삶이니까' 출판, 스페인에서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한 무대에 선 지난달의 소식까지… 다 열거할 수도 없는 그의 이야기는 여전히 감동의 물결 출렁이는 현재 진행형이다.

그가 세상에 알려진 지 1년이 조금 넘었을 뿐인데 그에 관한 영상물과 기사는 더없이 풍성하고 그의 행적을 따라가는 사람들의 시선은 무섭도록 예리하다.

유명세를 타기 이전에 남긴 그의 흔적들을 추적해서 링크를 시켜놓은 사이트가 있다.

그곳에는 그의 나이 스무 살 때 미국이민을 생각하며 남가주에 있는 한 교회 웹사이트에 이민 상담한 내용이 있고, 소년소녀가장에게 주는 혜택을 받아 이사하게 된 후 그 이삿짐센터에 고마움을 전하는 후기도 있다.

현실을 뛰어넘기 위해 끊임없이 발버둥쳐 왔으며 타인의 친절에 감사를 잊지 않는 그의 따뜻한 심성을 만날 수 있다.

그의 이름과 함께 더욱 유명해 진 '넬라판타지아', 들을 때마다 코가 시큰하다. 그 후 '마이웨이'를 비롯해 몇 곡의 레퍼토리가 더해졌지만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부르는 한 자선공연에서의 그의 모습 앞에 한참을 머물렀다.

놀라운 은혜가 그의 삶에 있었던 것은 짐작하는 바지만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뭔가 있을 것 같은 예감과 기대를 가지고 그의 스토리를 듣던 중 '어메이징 그레이스'의 실마리가 될 것도 같은 한 구절이 귀에 쏙 들어왔다.

10살 전쯤으로 그는 기억하고 있었다. 버려진 아이 부모도 희망도 없는 껌팔이 소년으로 살아가던 한 추운 겨울날 알루미늄 깡통에 불을 지핀 온기에 의지해 나이트클럽 문앞에서 잠을 잤다.

하필 그날 그 나이트클럽에 불이 났는데 그가 그만 방화범으로 오인당하고 조폭에게 끌려가 산채로 땅에 묻혔다. 억울했다. 죽고 싶지 않았다. 그때 처음으로 '기도했다'는 지나가듯이 내뱉은 그 한 마디에 나의 드라마적 감각이 동원되면서 즉각 '어메이징 그레이스'에 가 닿았다.

14세가 되었을 때 노래를 부르고 싶다는 단 하나의 열망으로 선생님을 찾아 나섰는데 어찌어찌 만난 사람이 당시 성악과 대학생이던 박정소이다.

최성봉의 삶의 현장을 눈으로 확인한 후 통곡을 했다는 박정소 선생, 성악을 무료로 가르치고 소년소녀가장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혜택과 예술고등학교로의 진학을 도와주고 '코리아 갓 탤런트' 오디션을 권하는 한 스승이 등장하는, '넬라 환타지아' 가 아니라 실제 이야기.

'기도했다.' 와 '어메이징 그레이스' 사이를 가득 채운 장면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미주중앙일보 <이 아침에> 2011.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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